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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꽃의 유서

꽃의 유서

                        /문설

어떤 불안이 꽃을 밀어 올린 것일까

잠깐 다녀간 볕의 끝을

맨 처음이라 생각해 몸을 옮겨 앉은 것은 분명

꽃의 착각

후회는 앞서가는 온도를 되짚어오는 일

내가 한때 걸었던 길은 겨울에 닿아 있고

그 먼 길을 되돌아 올 수 없어

봄의 그늘에 들었다

꽃의 체온으로 살아가는 저 빛깔 속에서

눈멀었다 깨어나자

내 속에서 잉잉거리는 연두의 황망

속절없이 하혈의 산 오르다 , 오르다가

문득 피는 것은 지는 것이므로

흙발 툭툭 털며 산이 열리고 일찍 불안을 피운 꽃은

새로 유서를 쓰지 않는다.

 

 

유서를 쓰는 마음은 비장하다. 유서를 쓰는 마음은 생의 아름다움을 안다. 유서를 쓴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한다. 유서는 반드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기도 한다. 남기기도 한다. 구름이 흘러간 곳에 파랗게 남은 하늘은 구름의 유서다. 누군가 갯벌을 가며 끝없이 남긴 발자국도 온몸으로 쓴 유서다. 유서는 영혼과 영혼의 연결 고리다. 사는 것의 흔적이 유서고 유사는 문자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꽃으로 바람으로 별로도 남는다. 유서는 한 사람이 남기는 한 송이 꽃이 남기는 한과의 아름다운 눈물방울 같은 것이다. 모든 생의 의미 사랑의 의미를 내포한다. 꽃은 꽃 자체로 아름다운 유서다. 꽃의 유서는 읽을수록 아름답고 한번 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문설 시인의 좋은 시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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