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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싼 걸루 끊어 주세요?

 

술에 취한 남정네 셋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갓길에서 노상방뇨를 한다. 공연한 대로변에서 그것도 셋이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순찰차를 세워 스티커를 발부할 생각에 진행 중인 남정네들에게 다가간다.

“노상방뇨 안됩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죠”

당황한 그들 중 한명이 지퍼를 올리며 다가와 “죄송합니다. 끊으려면 싼 걸루 끊어 주세요”

“싼 걸루 당연히 끊죠… 안 싼 걸루 끊을까 봐 그래요?”

서로는 잠시 혼란스러움과 당혹감에 표정관리가 안된다.

비단 노상방뇨에만 있는 스토리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땅의 길에서는 교통사고가 날 뻔한 곡예운전과 김여사의 황당함을 본다. 열에 열, 법규를 어긴 운전자의 변명은 가히 심금을 울리고 판례를 뒤집을 정도로 논리적이다.

“응급상황 이…”, “달려오던 속도가 있어서”, “다 어기는데 왜 나만?”, “빨간불은 죽어도 못 봤다”, “함정단속 아니냐?”, “나라에서 세금이 꽤 안걷히는 모양이다”, “우리 집안이 다 경찰인데!”, “내가 누군 줄 알아?”

모든 건 남 탓이고 주변여건은 다 잘못됐고 나는 단지 이 나라에 꼬박꼬박 납세하는 바른생활 서민일 뿐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늘 감초처럼 따라붙는 필수어는 단연 우리의 교통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음식 주문하듯 “싼 걸로 끊어 주세요!”

어찌 그대의 행위를 가격으로 환산하겠으며 그대가 하얗게 행위 한 것을 어찌 검은 것으로 이야기 할 수있겠는가? 신호위반을 하고 싼 걸루 끊으면 그대의 그 행위는 안전띠 안멘걸로 둔갑하나. 제수없이 걸렸고 잘못은 했지만 절대 손해 볼수는 없다는 결연함은 의지의 한국인 답다.

타인이 어떤 잘못된 언행을 할 때는 비난을 아끼지 않고 퍼부으면서도 자신이 같은 행위를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 합리화하는 모습과 태도를 지칭하는 내로남불, 늘 나에겐 봄바란 같은 관용과 이해, 융통성을 적용하면서 남에겐 겨울 한파같은 냉혹한 잣대와 ‘나는 해도 되고 너는 하면 안 돼’식의 흑백논리.

그야말로 운전에 있어서 이 땅의 내로남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 땅의 운전형태는 왜 ‘선함’과 ‘악함’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쓸쓸하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운전자들이 본래부터 악한가?

본래 선한 분들이 악해졌나? 어는 운전학원의 강사도 처음부터 초보운전자에게 나밖에 모르는 악한운전을 가르치진 않았고 우리의 국회에서 만든 도로교통법도 선한 사람을 나쁘게 만들지는 않았다.

우리들끼리의 합의된 약속, 최초의 법은 운전자와 보행자 서로의 안전과 배려를 위해 길에서 지킬 우리들의 룰을 정하고 그 룰대로 실천하자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핸들만 잡으면 그 모든 룰은 뒤집어지고 자기만의 룰대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나 밖에 모르는 악한 운전자로 변해갔다.

음주운전은 또 어떤가, 백이면 백, 예외없이 걸리는 사람마다 약속한 듯이 딱 소주한만 마셨단다. 1000cc잔에 한잔을 했다는 건지.

길게는 삼십분간 물을마시며 시간을 벌고 호흡을 짧게하거나 옆으로 세게 불면서 법망을 벗어나려 한다. 엄마가 뜨거운 물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조심하고 뜨거운 걸 피한다.

어른들은 진짜 뜨거운지 화상을 입어서는 안다. 그리고 후회하는 것도 한다.

싼 거로 끊어달라고 하고 뜨거운 걸 못 믿는 이 땅에 운전자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자기는 예외일 거라는 확신에 찬 착각.

“아무라 그래도 난 아니라”는 그 출처불분명한 자존감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의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그 착각은 버리셔도 됩니다.

운전에 있어서는 악한 것이 오히려 악하고 느리며 위험한 것이며 선한 것이 오히려 안전하고 빠르다는 것을 이제 침묵하는 다수는 보여줘야 할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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