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훈동 칼럼]봉사는 예술이다

 

“인생의 목적은 남에게 봉사하는 것, 그리고 남을 도우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슈바이처가 한 말이다. 사람들에게 봉사하면, 그들은 나에게 봉사한다.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봉사를 주로 한 사업은 흥하고, 이득만을 취하는 사업은 쇠(衰)한다. 좋은 예술이 영원히 남듯이 남에게 잘 베풀면 그 가치는 계속 남는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때 감동은 찾아온다. 돕는 자의 희열이다. 베풂의 따뜻한 빛이다.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지만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과 감동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된다.

산업사회가 지성의 시대라면 예술과 문화의 세기는 감성의 시대다. 이젠 감동을 주지 않으면 사업도 안 된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 없이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요즘은 감동의 시대다. 뇌 신경세포 속의 소포에서 감동물질이 터져 나와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감동이다.

‘봉사는 예술이다.’ 전임 회장 때부터 이어온 적십자사 회장실 탁자에 놓인 글귀다. 서예가가 도자기에 써서 만든 직사각형 백자(白磁)작품이다. 은유적으로 표현한 글뿐만 아니라 작품 역시 단순명쾌하다. 봉사를 받는 사람이 감화되어 감동한다.

감동하는 상대를 보고 봉사하는 사람도 감동을 받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감동하며 환호한다. 나라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아니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일함이 봉사의 자전적(字典的 의미다. 예술의 궁극의 가치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문인은 언어예술인 문학작품을 통해, 화가는 색채를 통해, 음악가는 리듬을 통해 감동을 준다.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활동 방식이나 슬로건은 계속 변화해 왔다.

감동은 예술의 근본 속성이다. 예술장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큰 감동을 오래도록 준다. 대표적인 창조적 CEO였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가 생전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발표회는 첨단기술에 예술적 감성을 조합시켜 어느 예술대가의 무대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감동이 필요하다.

감동은 예술적 창조성에서 나온다. 감동은 새로운 창조로 이어진다.

예술적인 감성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예술을 자주 접하고 이해하고 음미하면서 예술적 감성이 몸에 배는 것이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봉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주위에 보이는 것을 모방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인간은 모방에서 배운다.

모방이 먼저고 그 다음이 창작이다. 이러한 모방본능이 바로 예술을 낳게 하고, 예술을 낳는 원동력이 된다. 봉사와 예술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둘 다 창조적인 작업이다.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봉사도 정형화된 어떤 원칙보다는 창조적이고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것들이 훨씬 도움이 된다. 봉사는 큰 감동의 원천이다. 마치 꿀벌이 다른 동물보다 존경받는 것은 부지런하기 때문에서가 아니다. 다른 자를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감동은 감명이요 감격이다. 인간은 감동할 때 새로운 자각이 생긴다. 깊은 깨달음에 도달한다. 인간이 감동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슬픈 일이 없다. 감동을 상실한 생명은 이미 죽은 생명이다. 될수록 감동을 주는 책을 읽고, 감동을 주는 말씀을 듣고,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감격을 주는 예술을 접해야 한다. 인간은 봉사하는 존재다. 봉사 속에 삶의 충실감이 있고 성취감이 있고 행복감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값진 일이다. 봉사하는 삶은 가슴 뛰는 삶이다. 매일 매 순간 그런 삶의 절정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면 얼마나 분에 넘치는 행복이며 희열(喜悅)일까. 형용하기 어려운 자부심과 자기 확신이 용솟음치는 느낌, 온몸의 에너지가 한 곳으로 집중되는 놀라운 경험을 겪는다. 봉사는 함께하는 삶이다.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도움을 주고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착한 뜻으로 가득한 삶이다. 도와주는 손이 기도하는 입보다 성스럽다. 몸이 시린 계절이다. 어려운 이웃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예술처럼 감동을 주는 겨울이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