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영화로 보는 세상] 요즘, 영화포스터를 보신적이 있나요?

 

 

 

영화포스터 구경하기가 어렵다. 해마다 영화는 만들어지고, 그 영화보다 더 많은 포스터가 나온다. 그런데도 점점 모습을 감춘다. 영화를 광고하는 방식이 포스터 중심에서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여러 지면을 가득 채우다시피 했던 신문의 영화광고도 요즘은 만나 본 지 오래다. 휴대 전화나 컴퓨터만 들여다보면 온갖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길거리에 붙이는 포스터나 신문에 싣는 광고 방식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멀티플렉스영화관이 일반화하면서 영화 상영 방식도 전국 동시상영 체제가 당연한 것처럼 되다보니 영화 광고도 어디를 가나 똑같다. 요즘은 길거리에 붙이는 포스터보다 영화관 안에서 진열하는 A4 크기의 전단이 더 흔하다. 전단 조차도 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의 이름을 넣지 않는다. 그 영화관에서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927년에 제작한 ‘메트로폴리스’라는 영화의 포스터 한 장은 2005년의 릴 갤러리 경매에서 69만 달러에 팔렸다. 달러당 환율을 1100원 정도로 보면 7억6천만 원 정도에 이른다. 지금까지 공개 거래된 영화 포스터 가격 중에서 가장 높다. 독일의 미술가 하인츠 슐츠-노이담(1899-1969)이 디자인했는데, ‘작품’으로 꼽힌다. 다음으로는 1942년 작 미국영화 ‘카사블랑카’의 이탈리아 버전 포스터가 2017년 경매에서 47만8천 달러 가격으로 어느 수집가의 손에 들어갔다. 대략 5억 원이다. 1억 원 내외에서 거래되는 포스터는 흔하다.

수천억 원에도 거래되는 미술품 가격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영화포스터는 유일본이 아니라 인쇄로 발행한 대량 물품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영화포스터는 한정 수량만 발행한 특별판인데다 그나마 남아있는 실물이 4-5장에 지나지 않고, 보존상태가 좋다는 부수적 요인이 작용하기는 했다.

영화포스터가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은 근대적 문화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투자 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도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의 경매 사이트에는 고전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영화포스터가 진열되고 거래된다. 국내에서도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8월 경, 나운규 감독, 윤봉춘 주연 영화 ‘오몽녀’(1937)의 전단이 500만원 호가(呼價)로 경매 사이트에 올라왔다. 국내 거래 중에서는 드물게 높은 가격이었다. 눈길을 끌만큼 호가는 높았지만 낙찰되지는 않아 거래 가격으로 기록되지는 못했다.

영화포스터의 역사는 영화 산업의 성장을 반영한다. 1895년을 전후한 무렵, 영화가 신기한 ‘움직이는 사진’(Moving picture 또는 Motion picture) 수준으로 등장하던 때에도 광고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과 다른 점은 개별 영화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상품이었다. 영화제작이 늘어나고 인기있는 배우(스타)가 영화흥행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부터는 영화포스터에 주연 배우의 얼굴을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주인공의 얼굴을 중심에 배치하거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디자인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한 형태로 일반화되었다.

영화포스터는 특정 영화를 알리기 위한 광고라는 점에서 영화의 부속물이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독립적이기도 하다. 포스터의 수준이 해당 영화의 수준과 똑같은 것이 아니라, 영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영화는 별로였지만 포스터는 높게 평가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포스터마다 개성이 있었지만, 요즘은 컴퓨터디자인 탓인지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고 나온 얼굴처럼 비슷해 보인다.

영화가 넘치는 시대에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포스터이지만, 수집가들이나 디자이너, 근·현대사 풍물을 복원하려는 박물관 등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영화포스터가 영화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날이 올 수도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