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마음의 지도
[아침시산책]마음의 지도
  • 경기신문
  • 승인 2018.12.06 19:43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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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

                            /이문재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뜨거운 열애든, 지적인 우애든, 무조건적인 박애든, 사랑이란 이름의 모든 행각은 아름답고 위대하며 또 신이하다. 그런데 이 위대하고 신이한 사랑마저도 현대에 와서는 과학의 현미경으로 그 정체가 분석 되고, 원소 단위로 해체하기에 이르렀다.눈에 콩깍지가 씌고 불꽃같이 뜨겁게 타오르는 열애의 감정은 도파민이라는 녀석이 저지르는 불장난이어서 그 유통기한이 3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고, 옥시토신이라는 점잖은 친구는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이를 친구처럼 온유하게 이끌어준다고 한다. 근년에는 다이돌핀이라는 새로운 녀석이 발견이 되었는데, 이 녀석은 우리에게 희열과 환희 그리고 감동을 선사한다고 한다. 사랑의 정체가 밝혀졌으니, 머지않아 이들을 품목별로 양산을 하고, 필요하면 적절히 투약할 수 있는 슬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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