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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판문점 사진전에서 분단 속 평화를 만나다

 

 

 

 

 

무척이나 차가운 날씨가 제법 겨울답다. 요즘 언론의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인 듯하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명되는 곳이 바로 판문점이다. 그러나 판문점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참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오늘은 판문점 대신 ‘판문점, 분단 속 평화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판문점 기획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판문점’이라는 유명세에 비하면 기획사진전은 무척이나 소박한 전시회다. 그것도 1층 한 켠, 굳이 박물관을 들어가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박물관을 별로 흥미 있어 하지 않더라도 오며가며 들릴 수 있는 특별사진전이다.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한 켠에는 판문점과 관련된 사진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그동안 남북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회담과 남북공동성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판문점은 정전의 현장으로 출발해 분단의 경계, 분단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다 최근 평화의 최전선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판문점은 우리의 역사상 가장 비극이라 할 수 있는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기 위한 공간이었으니 처음부터 평화를 위한 장소로 출발한 셈이다.

사진전에는 1950년대 초에 찍은 초기 판문점 전경 사진이 여러 장 전시되어 있다. 시골길 밭을 정돈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판문점은 천막과 정전협정이 이루어진 목조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초가집 4채도 자리하고 있고 밭 한가운데 누군가 타고 온 헬리콥터도 눈에 띈다.

정전협정이 이루어진 목조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도 사진으로 담겨 있다. 공사 중인 건물 앞으로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다. 지붕 위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는 3명의 사람이 보이고 지붕 아래서 널빤지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흰옷 입은 아낙네의 모습도 보인다.

초가집 앞에는 각국 기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로 무엇인가를 찍고 있는 기자와 팔짱을 끼고 있거나 허리춤에 두 손을 올린 기자들도 보인다. 심지어는 초가지붕에 올라선 사람들도 보인다. 길을 사이에 두고 공산측과 유엔측 기자들이 서로를 찍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꽤 많은 기자들이 온 것으로 보아 전 세계의 관심사가 이곳 판문점에 쏠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 정전 협정에 서명한 후 공개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고스란히 찍혀 있다. 사진 위 한 켠에 새겨진 문병란님의 ‘땅의 연가’가 가슴에 와 닿는다.

“나는 땅이다 길게 누워 있는 빈 땅이다 누가 내 가슴을 갈아엎는가? 누가 내 가슴에 말뚝을 박는가?”

생각할수록 곱씹게 되는 글귀다.

판문점(板門店)은 ‘널문리 가게’를 중국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로 쓴 것이다. 개성에서 시작된 휴전 협상이 이곳 널문리로 옮겨오면서 생긴 명칭이지만 현재의 판문점은 이곳이 아닌 약 1㎞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을까? 한쪽 기둥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판문점 안내도가 눈에 띈다. 현재의 판문점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동서 800m, 남북 400m 넓이의 공동경비구역(JSA)으로 1963년에 만들어졌다. 판문점은 비무장지대 DMZ, 즉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 각각 2㎞씩 총 4㎞의 구간으로 규정한 중립 지대 안 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 청와대까지는 직선거리로 48㎞, 평양 노동당 본관과는 142㎞ 떨어져 있다.

사진전의 하이라이트는 올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 일부 내용과 악수를 하며 마주한 사진이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의 관심을 다시 불러 모은 판문점, 그리고 그 앞에 선 남북의 정상들. 과연 200년 뒤에도 이 판문점은 존재하고 있을까?

사진전이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광화문광장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혼잡스러운 광장의 인파사이로 한줄기 빛처럼 열리고 있는 판문점 기획사진전, 꼭 한번 들려서 분단 속 평화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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