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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이 와중에 세비를 인상하겠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월급을 약 1.8% 정도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들끓는다. 이렇게 오르면,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해 국회의원의 총 보수는 2019년 1억5천176만원이 된다고 한다. 이는 전년보다 1.2%가량 늘어난 것이라는 것이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얼마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대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받는 세비는 과연 적정 수준인가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자신들의 수당을 올려야 하느냐 하는 부분까지,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지난 2014년 초 국회 사무처가 발표한 자료를 생각해 보자. 이 자료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합산한 한국 의원의 연간 세비는 1억3796만1920원으로 일본(약 2억3698만원), 미국(약 1억9488만원), 독일(약 1억4754만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국(1억1619만원)과 프랑스(1억2695만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단순한 세비만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각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 즉 1인당 GNI와 비교했을 때,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GNI는 46,140 달러였고, 미국은 53,670 달러, 독일은 46,100 달러, 영국은 3,9140 달러 그리고 프랑스는 42,250 달러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25,920 달러였다. 1인당 GNI 대비로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받는 돈은 결코 작다고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형편에 비해, 국회의원들은 과대한 월급을 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이 도대체 뭐가 있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 가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과거보다 우리 의원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고, 뿐만 아니라 SNS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보는 눈들도 많아져, 과거보다는 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국회의원들의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것 역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효율적인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는 ‘시간적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효율적이지 않는 이유는 타협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른 정당들이 모여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필요한데, 이런 타협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돈을 많이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정확한 근거를 갖는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단,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의 형편에 맞춰 자신들이 가져가는 돈을 책정해야 맞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자신들의 수당을 올려야 했는지,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IMF 외환 관리체제라는 한국 역사 초유의 사태 속에서 출범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는 “고통 분담”을 호소했었다. 국가적 고통을 함께 나누는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이런 호소를 했던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적 상황이 IMF 때보다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이런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더구나 정당과 의원들은 표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 청년 실업률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판에, 의원들이 자신들의 세비를 올려야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진짜 이들이 표를 의식하는 의원들이 맞는지가 의심스럽다.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은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느끼는 국민적 고통을 함께 할 수 있어야만 국민과 함께 한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겠다. 이런 이유에서 자신들의 세비를 올린다는 국회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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