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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우리가 따뜻해지는 시간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겨울이 내려앉았습니다. 이 해도 저물어 갑니다. 그늘진 이웃이 유독 생각나는 손 시린 계절입니다. 이맘때는 모두가 천사가 됩니다. 나보다 어려운 이웃돕기에 모두 나서기에 그러합니다. 그게 바람직한 일입니다. 바른 삶입니다.

적십자회비 참여는 우리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이 됩니다. 적십자는 생명입니다. 적십자는 같이 있지만 숨겨진 이웃을 찾아 돕습니다. 같은 시간에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눈물을 흘립니다. 도민 모두가 따뜻한 인도주의 손길이 더 멀리 고루 퍼질 수 있게 자발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이웃, 나눔, 감사, 봉사, 희망 등은 되뇌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말들입니다. 그 아름다운 말들이 모이면 세밑에 어려운 이웃들의 언 마음을 녹여줄 것입니다. 성금을 내주는 도민들의 정성된 마음은 어둔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처럼 그렇게 반짝반짝 빛날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배려해주는 사람들에겐 은은한 향기가 번져 나옵니다. 자신만의 즐거움에 젖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삶과 함께 더불어 즐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114년 전에 고종황제가 “광제박애(廣濟博愛), 즉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칙령을 내려 이 땅에 적십자사 깃발이 세워졌습니다. 적십자는 국민의 공공자산입니다. 국민이 주인입니다. 1년에 한 번 내는 적십자회비는 세금이 아닙니다. 스스로 내 어려운 이웃을 보듬기 위해 내는 정성이 담긴 돈, 즉 ‘성금(誠金)’입니다. 희망의 징검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여전히 문학·역사·철학 등을 다루는 인문학이 화두(話頭)입니다. 인문은 사람을 그리는 무늬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무늬를 그리고, 어떤 사람은 남의 무늬만 따라서 그립니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삶일까요. 철학은 한마디로 ‘어떻게 살 건가’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바로 삶의 존재 이유를 천착(穿鑿)합니다. 유효기간이 없습니다. 어울려 함께 사는 삶입니다. 주변이 따뜻하고 행복해집니다. 나눔과 기부는 나 하나로 끝나지 않고 함께 하는 이웃을 불러드립니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2019년도 적십자회비 집중모금기간에 전국 광역단체장 중에선 선두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 교육감 중에선 역시 첫 번째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기초단체장 중에는 신동헌 광주시장, 은수미 성남시장, 염태영 수원시장이, 시의회는 박현철 광주시의장, 박문석 성남시의장, 조명자 수원시의장이 특별성금을 먼저 냈습니다. 쉼 없는 강물처럼 계속 이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보다 더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도덕과 윤리에 기반(基盤)한 사회지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이 너무 많습니다. 힘이 없어 차별을 받는 아이들과 청소년, 아프고 외로운 홀몸노인, 동화되지 않고 있는 다문화가족과 북한 이주민, 소년소녀 가장 등이 적십자가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대상자들입니다. 이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정겨운 이웃들입니다. 타인이 아닙니다. 경제가 어렵고 각박할수록 더더욱 온정의 손길이 뻗어야 할 곳들입니다. 주는 손길과 받는 마음, 이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나눔과 기부는 또 다른 나눔과 기부를 낳습니다.

모금환경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훈훈한 기부소식 대신, 각종 기부관련 사건사고로 기부에 대한 도민들의 실망감도 큰 것 같습니다. 선의로 낸 기부금이 정말 어려운 이웃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도민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적십자는 비영리단체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해 재무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언론사가 조사한 공익법인 투명성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습니다. 높은 기부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적십자 주인인 도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어려운 이웃과 차가운 세밑이 따뜻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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