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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기부의 대물림

자선기부에도 등급이 있다고 한다. 비록 유대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유대인 부모들이 자식에게 어려서부터 가르친다는 자선 기부의 등급은 모두 8단계다. 가장 낮은 단계는 ‘불쌍해서 주는 것’이다. 바로 윗단계는 ‘마지못해 주는 것’이다. 가장 높은 단계는 ‘받는 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기부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정체를 모르게 하는 것’이다. 익명성을 중시한 것은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등급에 관계없이 기부는 뇌 전두엽의 도파민 등 신경전달 물질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돈을 받을 때 못지않게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이름을 알리지 않고 남을 도와줄 때 이런 행복감이 더해진다는 심리학자들의 분석도 있다.대커 켈트너 미국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는 ‘선(善)의 탄생’이란 책에서 “돈을 기부하면 자기 자신을 위해 썼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들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 부른다. ‘남을 도울 때 느끼는 최고조의 기분’을 의미하는 정신의학 용어다. 미국의 내과 의사 앨런 룩스가 3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근거로 만든 조어다. ‘테레사 효과’라는 말도 있다. “피실험자에게 ‘빈자의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주고 신체 변화를 관찰했더니 피실험자의 면역 항체가 증가했다”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 데이비드 매클레인 교수팀의 실험 결과 작명된 단어다.

12월, ‘나눔의 계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유독 연말연시만 되면 기부 정신이 꿈틀댄다. 한 통계에 따르면 기부금의 60% 이상이 매년 12월과 1월에 집중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매년 11월 말 열리고,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12월 초 등장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가운데 어제 인천에서 1억원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첫 번째 부녀(父女) 회원이 탄생했다고 한다. 기부의 대물림,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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