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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연구하는 농축산 인재, 수원서 실력·인성 ‘쑥쑥’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1936년 설립…故 심재덕 선생·우장춘 박사 배출

생물자원과학·식품생명과학·바이오시스템과
매년 2~3명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진학 명성
도내 우수 학생들 지원…100여명 기숙사 생활

다양한 산업연계·국제학생교류 프로그램 운영
실력과 인성 갖추도록 동아리 활동 적극 권장
국화축제·관악 연주회 등 지역사회 나눔활동도

 

 

 

사회학자들은 미래에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생겨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직종이 있다. ‘농업’이다.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산다. 태양과 물과 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먹거리를 연구하고, 인류에게 보다 좋은 먹거리를 연구하는 고등학교가 바로 농생명고등학교다. 1936년 설립돼 우리나라 농축산 분야의 인재들을 길러낸 곳,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를 찾았다. <편집자주>

학교에 들어서는 입구에 ‘3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모든 가르침이 그 한 문구에 담긴 듯 하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은 매년 4명 정원으로 농생명과학고 출신 학생을 선발한다. 그중 2~3명은 늘 수원농생명과학고 출신이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최근에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농고 떨어지면 인문계고를 가야한다”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 학교는 생물자원과학, 식품생명과학, 바이오시스템 학과가 있다.

생물자원과학과는 종묘와 조경, 화훼, 애완동물 관리 등을 교육한다.

식품생명과학과는 농식물을 활용한 음식 분야를 교육한다. 떡과 빵 등 곡물가공품을 가르치며, 한식과 양식조리사 자격증 취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바이오시스템과는 농업기계에 대한 교육을 한다. 농기계 정비와 제작기술을 통해 농업의 효율화를 가져오는 인재 육성이 목표다.

“우리 학교는 복도도 녹색이에요.” 한 학생의 말처럼 이 학교는 녹색이 많다. 넓은 교정 곳곳에는 잘 가꿔진 나무들이 놓여있고, 한쪽에는 실습용 비닐하우스 10여 동이 위치해 있다.

학생수에 비해 넓은 교정 곳곳 건물에는 다양한 전시관과 실습 공간을 갖추고 있다. 동문들이 직접 돈을 모아 건축했다는 체육관도 눈에 띈다. 지금은 낡은 건물이지만, 동문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 신축보다 보수공사를 통해 건물을 유지하고 있단다.

수원농생명고의 특징은 각종 산업연계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다. 창업과 직업탐색을 돕기 위해 다양한 영농 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 태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의 농업고등학교와 국제교류를 맺고 매년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 분야 곳곳에 진출해 있는 동문들이 학교를 찾아 재학생과 멘토링을 맺어 지도하는 것도 ‘역사’를 지닌 농생명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산림청 차관에 임명된 이 학교 출신 선배를 비롯해 수원시장을 역임한 고 심재덕 선생, 해방 후 우리나라 농업 혁명을 이끈 우장춘 박사 등이 농고의 역사를 대변한다.

여러 자랑거리에도 불구하고 김성태 교장은 “학생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강조한다. 학창시절에 청렴과 성실을 배우지 못하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김 교장의 생각이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에 머물다가 “모교에서 정년을 보내고 싶어” 지난 9월 부임했다는 김 교장은 “청렴한 마음과 성실함을 갖춘 후학들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보람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관심에 따라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동아리, 식물을 활용한 식품 연구 동아리, 고슴도치 사육 동아리 등 다른 학교에는 없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매주 두차례 아침마다 인성과 관련한 동영상, 책을 읽고 소감문을 쓰도록 지도하는 것도 “인재는 실력과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교육철학이 바탕이 됐다.

학교의 활동은 교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의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행궁광장에서 국화축제를 열어 수원시민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선사했다. 올해는 교내에서 국화축제를 했는데, 많은 시민들이 교정을 찾았다.

또 학생들의 재능을 시민들에게 나누기 위해 시작한 관악부 정기연주회가 올해로 43회를 맞았다.

수원농생명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기도 전역에서 온 학생들이 12%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전체 840여 명 학생 가운데 100여 명이 수원 이외 지역에서 지원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가 과수원이나 농사, 화훼 등에 종사하고 있어 그 업을 잇기 위해 농고를 지망한 학생들도 다수다.

학교를 둘러보면서, 학생과 교사들의 모습에서 입시에 찌든 여타 학교와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좋은 마음으로 먹거리를 길러내는 인재 교육이 수원농생명과학고에서 펼쳐지고 있다.

/안직수·박건기자 90virus@
 

 

 

 

 

 

“모교 후배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 만들어주는 것 보람”

김 성 태 교장

40여년간 ‘청렴·신의’ 신념 지켜
교직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 준비
9월 부임하자마자 환경개선사업
낡은 정수기 교체 등 ‘일꾼’ 자초


“청렴(淸廉)과 신의(信義)를 신념으로 갖고 교육자의 삶에 매진했습니다.”

김성태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교장이 지난 40여 년간 교직에 복무하면서 늘 간직한 신념은 청렴과 신의였다.

김 교장은 이 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교직을 처음 시작한 곳도 수원농생명고였다. 이제 정년을 몇년 앞두고 이곳에서 퇴임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학교다 보니 건물이나 교육환경도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김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아이들을 위한 환경 개선사업을 시작했다. 낡은 정수기를 전부 교체하고, 건물마다 정수기를 설치해 학생들이 어디서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김 교장에게 수원농생명고가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자신의 어린시절 추억이 남아있고, 귀여운 후배들이 꿈을 키우는 소중한 장소이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김 교장은 “지금 자리는 단지 한 학교의 교장이 아니다. 이곳에서 배움을 청했고, 교직을 시작했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너무 큰 보람이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학교가 사회의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유지되는 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환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농생명고가 지난 48년 이어온 국화축제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관악제(음악회)는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생명고는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 발전하며 걸어왔다”는 김 교장은 “이제는 학생이 아닌 교장으로서 후배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학교에 대한 애착이 강한 김 교장은 학교의 ‘일꾼’을 자초하고 있다. 문이 망가지면 직접 망치를 들고 문을 고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등이 주로 거주하던 연무동 판자촌에서 자라면서 학창 시절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그는 “굶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 시절을 겪으면서 교육이야 말로 우리나라를 살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과 살기좋은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교직의 길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교사는 항상 아이들의 작은 투정과 말소리에 기울여야 문제점을 알게 되며, 해결책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는 따듯한 인간애와 올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역량을 요구한다고 진단하는 김성태 교장은 “지식과 정보를 갖춰야 하지만 그 바탕에 인성을 갖추고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을 교육하는 국내 최고의 명문고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건기자 90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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