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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가난한 시인

 

 

 

가난한 시인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훈장처럼 달아주고

참아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없이

시간이 아까와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

 

 

자고로 시인은 가난했다. 아니 가난해야만 했다. 가난해야 시인 같았고 배고파야 시인다웠다. 하여, 시인에게 있어 가난이란 천형과 같은 굴레이거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 양 도금이 되었다. 그러므로 감히 배부른 자는 시인이 될 수 없고, 어찌어찌하여 시인이 된다 해도 제대로 된 시나, 이름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천상병이란 시인은 거지나 다름없이 평생을 가난과 더불어 살았으므로, 그의 삶 자체가 온통 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속한 세상일수록 가난한 시인의 노래가 더욱 진실하고 애절한 법이니까. 그래도 가난은 아프다. 시인에게도 가난은 많이 아프다. 가난의 절반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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