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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왜 스승은 없고 교사만 있을까

 

 

 

 

 

스승은 없고, 교사만 있다는 말을 한다. 교육 현실을 개탄할 때 이런 표현을 쓴다. 과거 학교에서는 감동을 주는 스승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학교에서 지식만 가르치는 교사만 있다는 식이다. 교사들이 직업인으로만 보인다고 걱정 끝에 하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스승이나 교사는 비슷한 말이다. 스승의 사전적 의미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니, 교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스승과 교사를 구분한다. 스승에 남다른 경험적 의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교사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성직자와 가까운 모습으로 봤다. 과거 교육 현장은 소수 그룹으로 형성됐다. 한 사람의 선생님이 있고, 제자도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지식부터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었다. 가르침은 오직 선생님으로부터 나왔으니, 그 영향력이 컸다. 도제식 학습 방법은 지식을 배우는 것부터 삶의 방식까지 익혀야 했기 때문에 제자들은 온전히 선생님의 그늘에서 맴돌아야 했다. 산업 사회에서도 이러한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소수고,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은 다수였다. 이러한 환경은 배우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여러 면에서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의 목표인 사람됨도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저 선생님의 인성과 몸가짐을 닮아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교사는 도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며, 심지어 자신의 봉급을 털어가며 학생들의 가난도 감당해야 했다.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부터 학생에 대한 사랑과 봉사의 자세를 가져야 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유된 관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스승으로 불리고 대중에게 높이 추앙까지 받았다. 심지어 스승은 임금과 부모와 같은 존재라고 여겼다. 스승의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조차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했다. 교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모습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학생들의 개인적 학습 증진은 물론 학생들에 대한 학습의 기회와 평등, 나아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역할 증진에 중점을 둔다. 세부적인 방법도 교사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가 수평적 소통을 통해 완성한다. 순종하는 교육도 없다. 학생들이 자율적인 선택을 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갖추고, 창의적인 인재가 된다.

지식을 장황하게 가르치는 시대도 지났다. 지식을 선별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학생의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작은 습관부터 지식의 범주까지 학생이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술하면 선생님이 도움을 준다.

교실에서 무게의 중심이 교사가 아니라 학생으로 이동했다. 물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낚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지만, 이 말도 접어야 한다. 학생이 물고기를 낚는 법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는 전통적인 스승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요즘 교사도 교과학습뿐만 아니라 사회성, 도덕성, 예술성 등 전인적 성장을 위한 학습을 강조하며, 학생 개개인을 이해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세속적인 직업의식을 거부하며, 자기 직무에 헌신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스승으로 빛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의 능력이 주목받아야 한다. 스승의 영향력이 커서 학생의 미래까지 좌우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승의 그늘을 벗어나, 자기 능력으로 걸어가는 교육력을 발휘해야 한다.

배움이란 한 사람의 선생님으로 부족하다.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망 속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활동이다. 이것도 스승이 없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물리적 스승은 없더라도 영혼의 스승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감을 가지고 개척해 갈 때, 매 순간 스승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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