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누구를 위한 단식이었나?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 9일은 꺼져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불씨를 살렸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단식이었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 소속 정당? 아니면 국민? 지난 15일 여야 5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여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확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의원 선출방식, 석패율제 도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국회에서 한 달 만에 논의하고 합의 처리한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단식중단의 명분을 주기 위한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누구나 기존 선거제도에 의해 당선된, 말하자면 현 제도의 수혜자들이다. 어떤 제도의 수혜집단은 스스로 그 제도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선거제도에서 다수당과 소수당은 전혀 이해관계를 달리한다. 그러므로 ‘1월 선거제도 개혁 합의처리’는 믿기 어렵다.



대통령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절대선은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이라면, 왜 바꾸자는 것인가? 현행 제도가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아서 나쁜 제도라면, 전원 비례대표제로 하면 완벽히 해결된다. 전후 이탈리아에서 실패한 제도다. 우리와 같은 영국과 미국의 소선거구제는 비례성이 떨어지는 대신 양당제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은 직접 집권당을 선택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에서 다당제는 대개 선거결과보다 정당 간 밀실거래(연립)로 정부가 결정된다. 대통령제의 장점이 대통령 주도의 일관성 있는 국정운영이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가능성을 높여 그 장점을 상쇄할 것이다. 지금도 국회에서 합의실패로 파행이 일상적인데, 다당제 강화가 절대선은 아니다. 또 당내민주화가 미흡한 현실에서 비례대표 확대는 당내 소수 지도층의 영향력을 키우고 국민의 인물선택 폭은 줄어들게 할 것이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된 정당별 의석총수를 지역구(소선거구) 당선자와 비례대표로 채운다. 지역구 당선자가 자기 당에 배분된 의석총수를 넘으면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우리의 경우 제도운영상 30석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 독일처럼 권역별로 배분하면 권역별로 초과의석이 발생하므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아깝게 낙선한 사람을 구제하는 권역별 석패율제도를 도입하려면 의석이 더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초과의석은 대개 거대정당에 발생하므로 비례성을 위해 보정의석을 추가 배분한다. 배분방식도 우리는 산술비례로 하는 해어-니마이어 식인데, 독일은 비례성을 높이려고 득표수를 0.5, 1, 1.5…(n-0.5)로 나누어 그 몫이 큰 정당부터 순차적으로 배분하는 쉥라그-쉐퍼스 식이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아무튼 국민들이 현행 제도 대신 정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는 것인지 확인된 바 없다. 피상적 논의와 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덜컥 제도를 바꾸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장기적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독일식 제도로 바꾼 뉴질랜드도 우여곡절 끝에 2차례의 국민투표를 거쳐야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 내 절대 다수인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불리하다. 이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려면 국민투표는 아니더라도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이 포기한 중대선거구제나 권력구조 원포인트 개헌 같은 문제까지 논의된다면 1달은커녕 1년도 모자란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논의를 거쳐 입법하되 차기가 아닌 제22대 총선부터 적용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합의가 안 된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현행 제도나 보완하여 ‘개선’하자. 총 300석 중 47석의 비례대표로는 제도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독일은 50%, 일본은 40% 정도인데, 우리는 적어도 33.3%까지는 늘려야 한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기 어렵겠지만 국회 스스로 30석 줄이고, 비례의석을 30석 늘리고, 세비도 줄인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사표를 줄이기 위해 결선투표도 필요하다. 용기 있는 지도자라면 인기 없는 방안이라도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용기 있는 정치지도자가 우리에게 있을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