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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허신행 박사의 ‘참정치’와 참변화의 바람

 

 

 

우리가 즐겨 접하는 혁명(革命)과 개혁(改革)의 엄밀한 개념 구분에 앞서 그 공통점은 ‘변하고 바뀐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필, 한자로 가죽을 뜻하는 혁(革)자가 두 단어에 공통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가죽 혁(革)에 ‘변화’라는 뜻도 있음을 추측 가능하나 왜 그런지가 궁금하다. 옛날 금문(金文)의 ‘革’은 갖옷을 만들기 위해 짐승 가죽을 벗겨서 털을 제거해 말리는 모양을 표현한 글자라고 한다. 따라서 자연상태로 건조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가공처리한 가죽을 뜻한다. 때문에 ‘파직하다’라는 뜻인 혁직(革職)에서는 털을 깎아내듯 ‘제거하다’라는 의미로 쓰였고, 동물가죽을 사람에게 이로운 갖옷으로 변화시켰으니 ‘유익하게 바꾸다’는 뜻도 생겼다한다.

고래부터 전해온 한 글자의 뜻도 때와 상황에 따라 변용하여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革’은 아마도 자혁(自革), 공혁(共革) 그리고 혁신념(革信念) 등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동물가죽을 벗겨서 이로운 변화를 모색 또는 타인의 변화를 바라며 나의 유익함을 찾기에는 우리 모두는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그 생명주기를 마치고 이제 새로운 문명시대에 들어가는 초엽에 우리들이 서 있다는 것이다. 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조건으로, 따갑고 시린 고통으로 자신의 가죽을 먼저 벗겨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빛과 같은 속도로 전체 인류가 소통하며 하나로 뭉쳐가는 여건을 기반으로, 예측불가의 유기적 사회에서 기존의 두껍고 질긴 껍질에 쌓인 개인은 더 이상 적응해 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제도권에서 우스꽝스럽고 누추해지는 모습들이 노출되는 이유도 변혁(變革)되지 않은 낡은 가죽 속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정치계에서는 현행법과 개혁법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이는 그동안 누가 집권당으로 기득권을 가졌느냐는 시기에 따라 번복과 공회전의 과정들이 연속이다. 또한 SNS 그룹방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도 열정의 정도를 넘어서 분노로 가득한 ‘글 화살’들로 서로를 향해 시위를 겨누며 공회전 중이다.

요즈음 SNS 소통문화를 겪으며 한국인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사회참여 의지는 여타 나라 국민들보다도 뜨겁고 열정적이다. 이런 정서와 분위기에 만약 국민 모두가 통독하며 현재와 미래를 위한 상호공감대를 형성하고, 대국민적 자각을 이끌어 줄 한 권의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치와 종교 신념체계에 편향성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10여 년간 보았던 여러 책들 중에 필자의 개인취향에 앞서 모두가 통독하며 주제별로 국민토론까지 펼쳐 봄직한 책을 나름 찾아보았다. 바로 허신행 박사의 ‘참정치’다.

농림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이력으로 허 박사는 관료출신 정치인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경제학자이자 문명사학 그리고 미래학자로도 볼 수 있다. 그의 책에서는 35년 간 인류문명의 전개과정을 탐구하고 도래할 새로운 문명사회를 예측했으며, 그 문명사회의 본질과 한국민들의 대응과제를 밝히며 구체적 방안과 희망을 부여하고 있다.

35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룩한 연구의 성과를 총 8권으로 결집한 전집을 불과 단 한권으로 초고도 압축시킨 책인만큼 짧은 지면에서 소개하기란 불가능이다. 284페이지에 58개의 항목으로 분류된 당면한 시대적 과제들의 방향제시와 해법에서는 현 세계동향을 읽고 예측하며 국내외의 주요현안들을 거의 총망라하고 있다. 허신행 박사의 사상에서 큰 틀은 그가 창안한 ‘기창주의(技創主義)’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규정되며, 그 사회적 출현을 ‘한몸사회’로 예정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한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허신행 박사의 저술 ‘참정치’에 담긴 세부주제들을 SNS를 비롯한 각 논의의 장에서 함께 탐구한다면, 머잖아 국민공감대 형성과 개혁물결에 국민도서로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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