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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세밑, 담 너머 이웃과 공감을 나눌 때다

 

 

 

망년(忘年)보단 송년, 송년보단 세밑이 더 좋은 말이다. 한 해의 끝자락이다. 이맘때가 되면 어딘가에서 안부를 물어오는 이가 있다면 행복하다.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르다.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그립다. 세상이 팍팍한 탓이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10년간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개인에게 행복감을 전염시켜주는 정도는 이웃이 34%고 친구가 25% 그리고 형제자매는 14% 정도로, 형제자매보다도 친구, 친구보다는 이웃이 행복감을 전파하는데 더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이웃에는 소외되고 나보다 어려운 이들이 많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쫓기는 세밑 탓인지 이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아쉽다. 이웃에게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웃이 아닌 내 자신에게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내가 한 발 먼저 다가가야 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를 서로 주고받았다는 느낌, 교감했다는 느낌이 올 때면, 마치 내 몸이라는 코드에 콘센트를 끼운 것처럼 불이 번쩍 들어오면서 한 구석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된다. 바로 공감(共感)이다. 공감은 키울 수 있다. 내가 어려운 이웃 속으로 들어가 느끼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일이다. 우리들이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일상에 누군가와 나눔을 실천하는 것보다 보람된 일은 없다. 다른 이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면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다.

요즘 적십자회비 집중 모금기간이다. 성금(誠金)이다. 적십자회비 참여는 우리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통로다. 적십자는 생명이다. 114년간 이어져온 적십자운동은 가장 취약한 이웃부터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공공(公共)자산이다.

도민들의 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된다. 모든 행위와 생각, 감정은 내 의도에 의해 생겨난다.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참여만이 진정한 이웃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진정한 마음은 바로 진정 이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다.

사랑, 나눔, 희망이라는 우리들 인생에서 가슴 저미게 기억하는 말들이 지친 이웃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소외된 이웃의 사소한 것에 마음을 기울이다 보면 신비롭고 놀라우며 감동적인 세계가 열리게 마련이다. 나눔이 우리들을 진정 서로 이해하는 길로 안내할 것이다. 심한 경기불황과 소비침체가 지속되며 기부문화도 위축되고 있다.

인류의 형제애를 위한 노력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적십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십자사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어려운 위기가정을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힘든 세상살이를 내던지지 않고 마주하면서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내려 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가슴에 자르르 퍼졌기 때문이다. 어느 때에는 삶의 고통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승화해내려는 이들의 모습에 깊이 감동하기도 했다.

어느 가정이든 이런저런 일로 생각지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럴 때 위기를 맞은 가정은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자체가 도움의 손길을 준다. 하지만 법과 제도에 얽매어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는 막막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때는 적십자가 나서서 현금이든 현물이든 구호에 나선다. 심리적 지지활동으로 좌절, 우울, 외로움을 덜어내 주기도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컴컴하고 두렵고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당시를 잊어버리고 다시 의욕이 불같이 일어나도록 심리적 안정을 시켜준다. 재난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191개 세계적십자사가 추구하는 인도주의 정신이다. 한국에선 소득 상위 1%가 전체소득의 12%를, 소득 상위 10%가 43%를 가져간다는 연구결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요구되는 이유다. 온전히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자신에게 기쁨으로 되돌아오는 길이다.

손 시린 세밑, 담 너머 이웃과 공감을 나눌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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