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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지푸라기41

 

 

 

지푸라기41

                                /박덕은

풀씨는 남이나 북이나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단다, 애야.

첩첩 산중 절벽 위에서도

보란 듯이 야무지게

뿌리내릴 수 있단다, 애야.

먹구름 안개구름 아래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단다, 애야.

 

 

애야, 금기(禁基)선에 갇혀 있는 애야,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애야. 두려움에 억눌려 있는 애야. ‘풀씨’가 되어보지 않으렴. ‘풀씨’가 되면 ‘남이나 북이나/가리지 않고 자유롭게/드나들 수 있단다.’/무서워하지 않고 당당히/살아갈 수 있단다.’ 박덕은 시인은 시대의 한계선에 갇힌 주체의 심리를 퇴행의 현상으로 감지하고, 분단의 현실에 놓인 민중을 어린아이로 호명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김춘수의 시 ‘꽃’처럼, 시인의 눈짓하나로 지푸라기는 의미있는 존재성을 획득한다. 그가 지푸라기를 보았을 때 시인의 세계도 또한 변화성을 갖는다. 이 둘은 서로를 상승하는 사랑의 존재가 된다. 시인의 시선(視線)으로 지푸라기는 민중을 대신하게 되고, 지푸라기의 발견됨(見)으로 시인은 시대를 껴안는 존재가 된다. 그는 11번째 연작시집 ‘지푸라기(1990년)’, ‘시인의 말’에서 지푸라기를 통해 민중의 애환을 제시함과 동시에 현실극복의지를 지향한다. ‘하나하나는 연약하고 보잘 것 없다 하더라도’, 연합하면 ‘힘’을 갖는 지푸라기의 속성을, ‘아픈 곳, 썩은 곳, 억눌린 곳, 소외된 곳, 눈물어린 곳, 원통한 곳’(이 시대)을 직시하는 존재로 높여 놓는다. 지푸라기는 역사 속에서 ‘버려짐, 잊혀짐, 소외됨, 날고 싶음, 정권 투쟁, 떳떳한 시절, 머슴방에서 눈물, 구태여 분노하긴요, 최루탄 개스 가득한’과 같이 시대성을 함유함으로써 생의 구체성을 얻게 된다. /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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