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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12월의 단상

 

 

 

의료보험공단에서 검진 대상자라고 연초부터 안내장이 왔다. 속도 별로 안 편하고 검사한지도 오래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꼭 건강검진을 하리라 연초부터 다짐을 했다. 별로 바쁜 일도 없으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연말에는 병원이 혼잡하니 서둘러 검진을 하라는 안내장을 받고는 그래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서둘러 하자라고 또 마음먹었다.

마음만 먹었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여름엔 너무 더우니 가을에 하자고 미뤘고 가을이 오니 가을걷이며 여행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없이 지나가고 12월이 왔다.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어 병원 예약을 하려하니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 마음먹었던 병원은 12월 말일경에나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병원에 확인해보니 12월 중순경에는 가능하다고 해서 다음날 방문해 보니 그사이에 오전 예약은 안 되고 오후는 가능하다고 한다.

오후에 검사를 받게 되면 하루를 다 소비해야 해서 망설이다가 예약을 하고 오면서 나의 게으름에 대한 후회를 했다. 오후에 하면서도 2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무엇보다 연초에 한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 컸다.

12월의 달력은 유난히 짧은 것 같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해는 짧고 그리고 마음만 허둥대는 달이다. 턱을 괴는 날이 많아졌고 그 공상 속에서 지난날들에 대한 생각과 살아갈 날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개미보다는 베짱이가 되고 싶은 걸까. 매장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계획했던 일이 미뤄지거나 포기해야 했다.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던 해다. 자영업자의 몰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처럼 급감하는 매출과 영업장 주변이 개발되면서 매장을 옮겨야 하는 일도 생겼고 그나마 자리를 옮겨 앉으면 타격이 더 클 건 불을 보듯 뻔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개미처럼 일했지만 겨울에 먹을 식량은 여전히 부족하고 일주일에 52시간 근로시간을 말하지만 아침 9시 출근해서 저녁 9시 퇴근하고 1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도 마이너스만 늘어가는 것이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계획했던 일이 도미노처럼 무너지지만 그래도 개점휴업인 매장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세일 광고를 내고 손님을 불러보지만 고객의 지갑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젊은 층일수록 더하다. 퇴근 후에 물건을 보고 싶다는 고객의 전화에 매장으로 달려오면 고객은 이런저런 상담과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인터넷 검색하여 가격비교를 하고 다시 방문하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가면 그만이다.

마음을 낮추고 허리띠를 졸라매보지만 12월 지워지는 날짜처럼 허망하기만 하다. 사는 것이 힘겨워 차라리 베짱이가 되고 싶고 큰 힘에 밀려 매장을 비워야 하는 실정이 되고... 이런 것들이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해보지만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차일피일 미루다 건강검진이 늦어진 것처럼 나의 게으름과 안이함이 나를 코너로 몰아간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 본다. 며칠 남지 않는 날짜들이다. 마음을 다잡아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아보자. 새해라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신발 끈 단단히 묶고 출발선상에 서서 파이팅을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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