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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린다. 얼른 받아보니 담당자다. 방금 전 확인하니 오늘이 청탁받은 원고 마감일이다. 내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이어서 빨리 써서 보내야지 하는 차에 온 전화다. 이렇게 난감하고 당혹스럽기는 오랜만에 겪어보는 일이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전 통화할 때의 목소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마감일 당일 오전까지 보내라는 것을 못 보낸 잘못에서 오는 나의 자격지심에 더욱 그리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틀간 직업과 연계가 있는 교육을 다녀왔다. 그리고 연말이다 보니 모임도 여럿이 겹치게 되고 어제도 서울로 꼭 참석해야 할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 며칠 전 확인한 필진 일정표를 생각하며 그래 내일 원고를 쓰면 되지 하면서 다녀왔는데 그게 착각이었다. 오늘 일요일이니 느긋하게 쓰면 되지 했던 것이 착각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신뢰에도 금이 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착각을 하거나 잊어 실수를 하고 당혹해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가끔 보는데 그럴 때마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는 사실 너무 서글프고 무책임한 거 같다. 때에 따라서는 집단 위안을 삼으려 하는 현상인지 동창들 모임 같은 곳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아! 그래 정말 나도 그런 일이 많아, 이거 혹시 치매 아니야 하면서도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야”하며 위안하기도 한다.

오늘 같은 실수가 있을까 염려를 해서 필진 일정표가 나오면 출력을 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수시로 확인을 하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요즘 내 생활에 나사가 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에 추위를 싫어하고 겨울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날씨가 추워지니 몸은 움츠려 들고 활동도 위축되는 것도 사실 이기는 한데 생각하는 것마저 기억하는 것마저 위축이 되고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무래도 삶 속에서 긴장의 끈을 더욱 세차게 잡아당겨야겠다.

실은 요즘 금전문제로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산다는 것의 회의감도 들고 내가 그동안 뭘 위해서 살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서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한다.

시골에 살면서 가진 거라곤 실소득이 발생되지 않는 땅밖에 없는데 세금은 무겁게 나오고 매각을 하려 해도 매각은 되지 않아 토지를 담보로 융자를 내어 쓰는데 이자는 오르고 서울서 직장 생활하는 작은놈은 집 장만한다면서 손을 내미는데 며느리를 봐서라도 부모 된 마음에 해주고는 싶은데 땅이 팔려야 해 주는데 마음대로 안된다.

이렇다 보니 매사가 재미가 없어진 거 같다. 자포자기는 아니라도 ‘될 대로 돼라 내가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 하는 마음도 생기고, 그 탓에 분별력마저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잘못하고 나면 제일 모양 빠지는 일이 변명이다. 그 변명이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을 모면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잘못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뢰에 더욱 금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약속이란 것이 개인 간에도 잘 지켜야겠지만 정부나 정치인들도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하나가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오니 난감하다.

내가 오늘 느낀 이런 당혹감 위정자들도 느끼며 나처럼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정부의 말을 믿고 산다는 게 살아낸다는 게 때론 정말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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