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경쾌한 노래

경쾌한 노래

/폴 에뤼아르

나는 앞을 바라보았네

군중 속에서 그대를 보았고

밀밭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나무 밑에서 그대를 보았네.



내 모든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과 불에서 나와

내 모든 웃음소리가 굽이치는 곳에서



여름과 겨울에 그대를 보았고

내 집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두 팔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꿈 속에서 그대를 보았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폴 엘뤼아르는 전쟁을 치룬 폐허에서도 시를 쓰고, 두 아내를 잃은 시간 속에서도 시를 쓴 시인이다. 사회적인 개인적인 폭격을 체험한 주체가 비로소, 보인다는 것이다. 마음이 다시 가동 되고, 마음의 끝까지 시간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시선(示線)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것은 불가능의 끝에서 가능의 열림이다. 폴 엘뤼아르의 시각(視覺)을 사로잡는 것은,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발견되는 리듬이다. 그러니 ‘경쾌한 리듬’은 죽음과 소멸을 증유한 리듬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그의 절친이었던 피카소가 전쟁의 참담함을 화폭에 그대로 묘사하여 ‘게르니카’를 완성하여 전시(展示)를 하듯, 1937년 게르니카가 폭격되었을 때, 시인은 시 ‘게르니카의 승리’를 완성하여 발표(發表)한다. 이들는 각자의 언어로 전쟁에 맞선 예술가다. 이러한 용기는, 폭력의 터에서 평화와 정의를 강렬하게 요청하는 실천(實踐)이다. 사랑과 정치와 현실을 온몸으로 통과하였으므로, 그의 다음 시행은 더욱 결곡하고 더욱 운명적이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치열한 접전(接戰)끝에 선 주체는 개인의 ‘나’를 넘어선 세계의 주체이다. 시나브로 사랑의 부재, 평화와 정의의 부재를 보았던 눈, 눈꺼풀이 덮혀 있던 눈, 암울의 지경, 그 고독한 지점을 가까스로 벗어났다는 것, 비로소, 보인다는 것. 새롭게 보이고 보이고 보이는 리듬은, 어쩌면 사랑의 진실이고 평화와 정의의 진실인지 모른다. /박소원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