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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의 창]영화 ‘국가부도의 날’ 관람 후기

 

 

 

‘국가부도의 날’ 영화가 12월 21일 기준으로 관객 수 368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1997년 경제위기를 소재로 했고, 경제가 안 좋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자 그때를 돌아보고자 하는 관심이 늘어난 것이 관객 증가의 요인으로 보인다.

필자도 당시 사실들이 어떻게 묘사되었나 하는 흥미가 생겨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주인공들의 역할과 스토리 전개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픽션이지만, 위기가 다가옴을 파악하지 못한 정책적 실패가 있었고,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비극적 상황을 영화는 잘 묘사하고 있었다.

무리한 고환율정책, 1996년 사상 최대의 경상 적자, 과다한 단기외채로 인한 미스매치, 태국·말레이지아 등 신용위기 파급 등 총체적인 여건 악화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우리 외환위기에 대한 IMF 지원 과정 이해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필자의 작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1997년 당시 주 태국대사관 재정경제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방콕에서 열린 아셈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고 있던 김기환 경제순회대사로부터 1997년 11월 14일 아침 김 대사가 묵고 있던 오리엔탈 호텔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 대사는 강경식 재정경제원장관으로부터 긴급지시를 받았다면서, 캉두시 IMF총재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서울에 가도록하여 강 장관과 회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캉두시 총재는 태국·말레이지아·필리핀 등 동남아 IMF 지원국을 순방하는 중이었고, 이날 오전 방콕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캉두시 총재의 태국국왕 알현 등의 공식일정이 계속 이어져 저녁에야 중앙은행 만찬장에서 캉두시 총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측은 외환보유고가 거의 바닥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IMF 지원 가능성 논의를 위해 즉시 서울로 가서 강경식 재경원장관과 만나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11월 16일 일요일 저녁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캉두시 IMF총재와 강경식 재경원장관·이경식 한은총재 간의 역사적 만남이 이루어진다. 한국의 외환·증권시장이 요동칠 것을 우려하여 캉두시 총재의 한국방문 사실을 비밀로 했기 때문에 IMF 본부에서조차 총재가 24시간 행방불명 되었다고 난리가 났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일사천리로 IMF 실무대표단과의 협상이 계속되었고 12월 3일 IMF 지원을 공식발표하게 된다. IMF는 고금리, 자본시장 개방, 기업 구조조정 및 부채비율 축소, 부실 금융기관 합병 및 폐쇄, 정리해고 및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조건으로 한국에 550억 불의 지원을 약속하였다.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위기를 벗어나면서 최단기간인 3년 8개월 만에 IMF체제에서 졸업한다. IMF 지원기간은 우리에게 혹독한 시련이었지만 살아남은 자에겐 기회였고, 나라 전체적으로 강한 체질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부채비율이 1/3수준인 170% 수준으로 줄고, 외환보유고도 4천억 불이 넘으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기업회계구조를 가지게 되어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돈을 꾸어주고 투자할 수 있는 강한 경제가 된 것이다.

위기의 경험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대외적으로 경상흑자를 유지하면서 환율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강화하고 연금 및 건강보험을 통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며, 부의 불균형을 줄일 수 있는 조세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위기의 반복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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