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아듀, 2018년을 보내며

 

주말 동안 내내 가족들과 같이 있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그를 바라본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새벽에 일어나 일정한 일과를 진행하는 모습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 있다.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시절에 만나 공부에 열중하던 30대와 집안과 사회에 최선을 다한 세월을 지나 이제 흰머리가 생기는 60세를 넘겨 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공부 중인 자식들 뒷바라지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지만 이 또한 과거가 되는 세월이 있겠지 하며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도 나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까.

소녀시절, 6남매를 키우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엄마로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직을 갖고 공부와 그림에 목메며 지나온 세월 동안 나름대로 딸과 아들을 키우며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세월의 풍랑 속에서 신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뜻을 이해하고 실천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는 이제 85세의 노모가 되어 아직도 손주들과 자식들을 품고 있다. 아마도 그 역할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딸에게 말했다. 엄마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분은 할머니라고. 그 긴 세월 동안 모든 역경을 다 헤치고 사셨지만, 아직도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베풀고 계신다고.

그래, 이게 인생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이루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세월의 순풍에 몸을 맡겨 보며 어떨까 한다. 단지 인생의 고비는 단단히 쥐고 내가 가고 싶은 속도로 조종하자. 하늘도 보고 저 푸른 수평선과 지평선도 보면서 서로 사랑을 나누고 연대하며 천천히 가자.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는 것은 내가 바보가 아니라 단지 상대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도 알 수 있는 지혜도 터득하자. 아픔을 털고 또다시 시작하는 엄청난 용기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내야 하는 인생이란 선물을 받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신의 선물도 살아가면서 받는 기쁨도 있으니까.

국제 전시를 하면서 발견되는 큰 기쁨 중 하나는 세계 곧곧에 자리 잡고 뿌리내린 한국 여인들의 아름답고 강인한 삶이다. 특히 전공이 섬유예술이다 보니 삶의 근본이 되는 의(衣)를 책임지고 살아온 나라별 여인들의 삶은 그 자체가 그 나라의 역사이다. 섬유예술 속에 자리 잡은 지난한 그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존중되지 않으면 안 되는 숭고한 인생이 녹아 있다.

특히 한국의 계절 변화로 생겨난 모시 천의 비침과 얇은 비단 옥사의 하늘거림은 국제적으로도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가족들을 생계를 위해 입술이 갈라지고 손마디가 굴절되도록 일한 결과라는 걸 현대 섬유예술가는 알고 그것을 현대미술로 표현한다.

한국 여인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삶은 타국에서도 나타난다. 경제적 성공은 물론 사회적 봉사까지 한다. 때로는 문화와 교육으로 2세들과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알려 주기 위해 애쓰는 그 마음은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보여지는 것은 그만큼의 세월을 나도 지나온 까닭이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비빌 언덕이 있는 고국의 삶과는 또 다른 절박함이 그 속에는 있다. 그래서 가능한 능력이 닿는 범위내에서 적극적인 콜라보를 통해서 서로 도움 되는 일을 진행한다. 물질문명과 급격한 산업화의 엄청난 속도전은 인간의 정신과 몸을 황페화 시킨 만큼 그 세계적 미술 비엔나레나 도쿠멘타에서는 따뜻하고 포용적인 섬유 작품으로 상징적 표현을 한다. 아마도 한국도 곧 상륙하리라 생각한다.

2018년 뉴욕에서의 섬유활동은 한국 여인들의 역할로 2019년에는 프랑스 개인전으로 이어진다. 많은 준비와 연대를 통해 전시와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섬유문화로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