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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외국인이 본 조선 말기

 

 

 

 

 

조선 말기 시대는 혼란스러웠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영국인 비숍(Bishop) 여사가 저술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을 번역한 책은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가슴이 뭉클하다. 비숍은 1894년부터 우리나라를 네 차례 방문하여 11개월에 걸쳐 현지답사와 최상층의 왕실로부터 최하층의 빈민들까지 만나보고 1897년 11월에 이 책을 썼다. 그녀가 본 조선 말의 기록으로 하여 당시 상황을 들여다본다.

조선은 가난한 국가가 아니다. 자원은 고갈되지 않은 채로 미개발되어 있다. 성공적인 농업을 위한 능력도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기후는 최상이며, 강우량도 풍부하고 토질도 생산적이다. 구릉과 계곡에는 철, 구리, 납, 금이 있다. 2800㎞의 해안선을 따라 있는 어장은 밝혀지지 않은 부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가난에 견딜 줄 아는 강인하고 공손한 민족이 살고 있고, 거지같은 극빈 계층도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선 국민의 잠재된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중산층에게 그들의 에너지를 쏟을 숙련된 직업이 없다. 충분한 이유로 인해 하층 계급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굶어죽지 않는 것이 더 절실하다. 모든 것이 낮고 가난하고 비천한 수준에 있다.

조선은 특권계급의 착취와 관공서의 가혹한 세금, 총체적인 정의의 부재, 모든 벌이의 불안정, 중앙 정부의 가장 나쁜 전통인 비 개혁적인 정책수행과 음모로 물든 고위 공직자의 약탈행위가 만연되었다. 하찮은 후궁들과 궁전에 머무르는 쇠약해진 군주, 가장 타락한 제국 중의 한 국가와의 가까운 동맹, 그리고 널리 퍼져있는 민중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미신 등의 음울한 더러움의 사태에 처해있다.

그녀는 한마디 말로 조선은 해안선을 따라 어장은 밝혀지지 않은 부의 원천이며, 가난에 견딜 줄 아는 강인하고 공손한 민족이라 하였다. 또한 자원이 풍부하나 개발되지 않았으며, 기후도 최상이라고 극찬했다. 다만 자연을 이용하고 개발하는 능력이 아직은 없지만, 잠재된 에너지가 있음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특권계급과 관청의 부정부패와 권위주의, 약탈과 정의의 부재로 서민이 고통 받는 현실을 알렸다. 미신의 만연으로 음울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도 지적했다.

당시 개혁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아직도 두 계급, 즉 약탈자와 피 약탈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양반계급으로부터 끊임없이 보충되는 관료계급과 그리고 인구의 5분의 4인 하층민의 평민계급이 그것이다. 후자의 존재 이유는 양반계급에게 피를 공급하는 존재였다.

조선시대 농부들은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계급으로 다소 원시적이었으나, 땅과 기후에 잘 적응하여 자기 노동의 생산량을 배가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익이 완전히 보호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고 옷을 입힐 정도로만 생산하는데 만족하고, 더 좋은 집을 짓거나 품위 있게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수많은 소작인은 양반과 행정관들의 가혹한 세금과 강제적인 대부금 때문에 해마다 경작 평수를 줄이고, 하루 세끼를 마련할 정도로만 경작했다. 다시 말해 소작을 해보았자 4할 이하의 수익을 차지하기에 고생한 대가가 적었기 때문이다.

비숍 여사는 조선은 이런 전망 없는 상황 속에서도 교육을 통해 생산계급들을 보호할 것이며, 부정적인 관리들을 처벌하고, 관직에 있는 이들을 조사하여 실제로 일한 것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급하여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과 이해관계가 없던 영국인 비숍 여사의 객관적 묘사를 비방이라고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난 역사를 분석하고 잘 못 된 점은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터이다. 서민이 잘살아야 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권력을 쥐었거나 가진 자들은 평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는가. 비숍 여사의 글을 깊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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