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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입은 닫고 지갑은 열게나

 

 

절에 다니는 어르신 중에 어느 분이 현금 자산을 꽤 보유하고 있다며 자랑을 한다.

속되게 말해 돈 자랑 질이다.

재산을 형성한 과정과 더불어 본인이 얼마나 자산가인지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먹는 것과 입는 것은 거칠뿐만 아니라 절에서도 뭘 못 가져가서 안달복걸 이다.

더구나 절 물건은 삼보정재이고, 대중이 공평하게 나누어 공양해야 하는되도, 뭘 훔쳐 가듯, 못가져가 공양간에만 집착하는 것을 보면, “좋으시겠네요. 돈 많으셔서”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왜 저렇게 사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다.

불사에도 인색하고, 몇푼 보시하고는, 생색내기에 여간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그 분의 말년이 애처롭다.

시중에 회자되는 말 중에 “쓰고 가는 돈이 내 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플라스틱머니의 출현으로 실제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봉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나가는 요즘 세상에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다. 통장에 잔고가 몇 백억 원이 있는 자산가와 잔고가 몇 천만원쯤이 있는 중산층이 일상생활을 영위 하기 위해서 쓰는 생활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통장잔고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질 문제로 따지자면 만족감과 행복감은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통장잔액을 보며 행복감에 충만한 경우도 있을 테지만, 도를 넘어 주위 사람들에게 인색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한번은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누구나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한다. 내가 제일이고 남보다 내가 월등하다는 이기적인 발상, 이를 두고 불가의 금강경은 큰 병폐로 본다.

“네가 제일 잘났다”라고 하는 잘난척을 아상이라하고, 인상(人相)도 내세울 것이 없으며 “나” 와 “너” 라는 분별이 사라지면 중생상(衆生相)도 수자상(壽者相)도 생겨날 수 없다.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중생의 중생상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약한 사람을 억누르고 강한 사람에게 빌붙는 약육강식도 중생상이며 자기의 일에 지나친 애착심을 갖고 남을 이기기 위해 투쟁하는 것도 중생상이고 수자상 또한 생사에 대한 끈끈한 애착의 모습이다.

인간 누구나 불로장생 하겠다는 욕구가 바로 수자상에서 비롯된다. 노령화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세대를 대할 때 나이와 권위를 앞세우지 말고 노욕(老慾)을 버리라는 의미에서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말의 진위는 나이가 들면 인색해지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 쉬운 노인의 심리적 특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필자도 가르치는 아이들이 눈이 마주쳤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식사를 할 때 나보다 먼저 수저를 들거나, 하면 일단 눈에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하다. 대화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불편한 감정까지 넣어 한마디 하고야 말아 급후회한 경우가 있다.

곰곰히 되새겨 보면 “나도 나이드는 티를 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함께 밥이라도 먹으러 가면 지갑이라도 먼저 열어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내 지갑을 선뜻 여는 것도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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