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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뜻하는 한자만도 20가지가 넘는다. 상형문자인 시(豕)는 제사용 돼지이며 한자 부수로도 쓰인다. 집 가(家)도 豕에서 유래했다. 옛날에는 돼지를 집에서 길렀기 때문이다. 가축으로서 돼지는 돈(豚)인데, 복어가 하돈(河豚), 돌고래는 해돈(海豚)인 게 흥미롭다. 저(猪)는 주로 암퇘지나 멧돼지, 해(亥)는 12간지의 돼지다.

2019 기해년(己亥年)은 6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 해다. 그냥 돼지도 좋은데 황금돼지니 얼마나 더 좋을까. 그러나 사실 황금돼지는 없다. 12간지상 돼지해는 을해, 정해, 기해, 신해, 계해의 5가지로 모두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며 색으로 나타내면 綠(을), 赤(정), 黃(기), 白(신), 黑(계)이니 굳이 따지자면 기해를 황색과 연관 지어 만들어낸 호사가들의 작명(作名)인 셈이다.

돼지는 좋은 이미지의 덕담이 많다. 먹성이 좋고 새끼를 많이 낳아 식복(食福)과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치부되곤 한다. 심지어는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도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돼지는 양식이라고 생각해서다. 어쨌거나, 돼지해에 태어나면 복이 많다는 속설 때문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상 1971년생(돼지띠) 인구가 94만4179명으로 가장 많다고 한다. 그해 태어난 아이는 102만4773명이었다. 덕분(?)에 대학입시 경쟁률도 최고로 높았다. 1990학년도 학력고사 경쟁률은 전기대 4.57 대 1, 후기대 4.6 대 1이었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돼지를 불결, 탐욕, 미련함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풍자소설 ‘동물농장’만 봐도 그렇다. 인간들의 착취에 못 이겨 봉기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은 뒤 권력을 다투고 공포정치를 펴는 독재 지도자 메이저 영감과 나폴레옹, 스노볼 등은 모두 돼지다.

그래서 자유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낫고,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기해년을 맞아 모두가 '豕眼見惟豕(시안견유시·돼지 눈으로 보면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라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소원해 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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