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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새로운 문명사회의 예견과 예언자들

 

 

 

우리는 지금 자유로운가? 또 자유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할 만한가? 혹은 자유의 획득과 함께 전체로부터 분리된 ‘개인’은 고독하고 불안하며 무기력에 빠져서 결국 얻었던 자유를 다시금 반납하지는 않았나?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그런데 사랑하는 방법과 기술을 배워본 적은 있는가?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은 널리 읽혀진 에리히 프롬(1900~1980)의 대표저작이며 위 질문들은 그의 책 속에서 다뤘던 문제들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이었던 프롬은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서 미국에서 활동했다. 사회심리학과 정신분석학자인 그의 저술들이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음에도 정작 심리학계는 물론 당시 세계를 양분하고 있었던 미국과 소련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유는 미국에서는 그가 칼 막스의 사회주의 이론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스탈린을 비롯해서 후르시초프에 이르기까지 막스의 사회주의를 왜곡시켜 물질주의화시킨 한계성을 강력히 비판했기 때문이다.

프롬의 사상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막스로부터 주된 영향을 받았으나, 정작 철학적 두 거인의 ‘사람에 대한 본질’의 견해는 크게 상충관계에 있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 즉, 지적능력이 발달된 동물로 보는 반면 칼 막스는 그의 사상적 체계 속에서 인간을 철저히 사회적 존재로 규명함으로 서로 상반된 견해였다. 프롬은 둘 사이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 심리학의 인간성 탐구방향과 범주를 대폭 확장해 사회심리학분야를 개척하며 거시적 담론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종교개혁과 나치즘의 출현에 있어서 대중들이 굴종의 편리함 속으로 귀속되고자 하는 현상을 자율적 자유의지 결여로 인한 권태와 불안 그리고 무력감의 고독이 원인임을 해명한다. 더 나아가 인간은 결코 자본주의체제 하에서는 행복할 수 없음을 역설한다. 그에 의하면 소수 정치권력과 자본가들에 의해 통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인간성은 상실되며 오로지 물질만이 절대가치로 남는다고 한다. 때문에 다수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좌절과 무력감 속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사회공동체는 공생의 가치가 소멸되고 무한경쟁으로 상호 고립시키며 공멸로 간다고 경고하면서 이미 20세기에 인간정신은 죽었음을 선언했다.

하지만 프롬은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들을 모색하며 문명사 흐름에서 극적인 전환을 이룰 ‘예언자들’의 출현을 예정, 기대하며 그의 인본주의 심리학을 특징짓기도 한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잠들어 있는 인간의 정신을 부단히 자극하며 일깨우는 그들의 역할로 서로 사랑할 줄 아는 공동체가 부활하며 발전해 나아갈 것을 예시해 준다.

허신행 박사는 1770년대 산업혁명 이래로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영국에서 백여 년 성장 발전하다가 1910년대에 한 주기의 끝을 보았고, 다음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을 거쳐 또다시 백년의 주기를 마감했다고 한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듯이 인간의 문명기도 생로병사의 순환주기를 못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20세기 후반 공산주의가 붕괴될 때 자본주의 사회는 자신들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에 자본주의 자신도 함께 붕괴되고 있었음을 통찰하지 못했을 뿐이라고도 말한다.

허신행 박사가 말하는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붕괴 이후에 새로운 문명사회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예정과 에리히 프름의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한계, 대중들의 깨어남의 과제 제시는 서로 공명하고 있는 듯하다. 프롬의 인본주의 심리학이 그린 이상향은 오늘날 전 인류가 한몸으로 재구성될 새로운 문명사회의 예감일 수도 있다.

2019년 새해가 열렸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완성하는 과제를 앞두고 우리는 어쩌면 그동안 한 번도 인류사에서 구현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 할 지도 모른다. 프롬이 말한 예언자들이 이 땅에서 다수 출현하여 희망찬 미래를 밝게 깨우고 흔들어 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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