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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들 재기할 수 있도록 밑그림 그려달라”

 

 

 

이 희 건 경기개성공단기업사업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최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이뤄지고 미국에서도 이에 대해 대북제재에서 예외적으로 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남북의 화합으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의 중심에 개성공단이 있다. 본보에서는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을 지내고 현재 개성공단복합물류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 이희건 ㈜나인 대표이사를 만나 개성공단 입주기업 현황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보험금 반납까지 이중삼중 고통
베트남서 임가공 공급하지만 제조원가 높아 경영난
아껴주는 고객들 덕분에 버티며 해외시장 진출 모색

우량 중소기업에서 불량기업으로… 보상은 누가?
생산·판로 다 끊긴 기업들 개성공단 재입주 불가능
3년 간 방치됐던 시설 개·보수 등 보장 전제돼야


개성공단 폐쇄 후 2년간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물량 대부분은 현재 베트남 현지 기업에서 임가공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제조원가가 개성공단에 비해 높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고양시 일산테크노타운에 있던 자체공장도 문을 닫은 상태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품 생산 원가를 맞추지 못하다 보니 바이어를 끌어들이기가 어려웠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스브로 브랜드를 아끼는 고객들 덕분에 버텨왔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려고 노력 중이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연락이 끊기거나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개성공단기업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써 조합 회원사 동향을 간략히 알려달라.

개성공단이 갑자기 폐쇄되면서 입주 기업들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정부에서 해주는 보상도 늦어진데다 그나마 충분치 않아 결국 사업을 포기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기업들이 일부 있다.

그나마 피해액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경협 보험금은 공단에 재진출하면 반납해야 해서 보상금이 아닌 대출금으로 봐야한다. 입주 기업 입장에서는 이 보험금으로 버티고 있는데 반납해야 한다니 적잖은 걱정거리일 수 밖에 없다.



남북 정상 회담과 북미 정상 회담이 진행돼 온 한반도 평화무드 속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다시 진출하겠나.

개성공단은 해외공장보다 제조원가면에서 높은 경쟁력이 있어 다시 진출하려고 할 것이다. 싼 인건비에 통역인력이 필요없는데다 물류비용도 저렴하다. 이같은 조건을 갖춘 해외공장을 찾을 수 없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경영자로서 하루 빨리 재가동되길 기대하는 기업인 중 하나다.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에서 추진해 온 물류단지 조성 사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2013년과 2016년 북한과 남한에서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닫을 때 승용차, 승합차에 제품을 가득 싣고 내려오던 모습 기억하실텐데, 그때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컸다. 시설을 물론 제품까지 모두 북쪽에 두고 문이 닫히니 일부 물량이라도 차에 싣고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쪽에 물류시설만 있었어도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주 성동IC 부근에 개성공단지원 복합물류단지를 조성 중이다. 관할 지자체인 파주시와도 협의 중에 있다.

파주 성동IC 부근에 조성 중인 물류단지로 인해



그동안 알려진 바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공단 재가동을 요청했다는데 맞나.

언론 등을 통해 모두가 개성공단이 언제 가동될 지에만 관심이 있지, 2016년 개성공단에서 빠져나온 입주 기업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관심은 잊혀진지 오래 됐다. 우리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에서는 개성공단을 빠져나온 이후 단 한 번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게 해 달라고 정부에 독촉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롯이 정부의 의지에 달린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합이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합은 이익단체다. 당시 공단에서 빠져나온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을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에 주요안건으로 요청한 적은 있다. 기업 재기 차원에서 정부에 도와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다.

 

 

 

 


개성공단이 재가동 된다면 바로 재입주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다. 공단 입주 기업 중 85%가 OEM기업이다. 개성공단에 생산라인을 둬 제품생산부터 판로까지 대부분 끊긴 입주기업에게 사활이 걸린 경영난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게다가 한 번 경험한 이상 당장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바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3년간 방치돼 있던 공단 내 노후된 시설을 개·보수하고 교체하는 등 개선 작업도 필요하고, 떠나간 바이어들이 찾아오기까지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한 부분까지 보장한다는 내용이 전제돼야만 입주 기업들도 공단 재입주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 관련 간담회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입주 기업들은 현재 정부에서 보험금은 받았지만 그동안 피해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관련부처에 긴급경영안전자금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한계기업 재기지원과 함께 공공조달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특례 지원을 요청했다. 매출 100억 원 규모의 기업이 현재 50% 이하로 감소했고, 우량 중소기업은 불량기업이 돼 버렸다. 신용등급이 낮아져 공공조달시장 참여 문턱은 더 높아졌다.

이러한 손실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할 지 막막하다. 일부 기업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개성공단에 대한 개념 자체를 남북간의 사안으로 접근하는 통일부에서 중소기업들을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현재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의 교착상태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개성공단 문제를 통일부에서 틀어쥐고 있을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고 봐야한다. 경제 논리에서 경제부처와 협업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투자기업이 80%, 임대기업이 20% 비율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공단 개발 계획에 따라 1단계인 현재 조성된 330만여㎡(100만평)를 시작해 최종 5단계에 6천600여만㎡(2천만평)까지 확대 개발되면서, 기업 수는 현재 124개에서 무려 1천600개까지 입주하게 된다. 공단 인근에 아파트를 조성하면 5만4천명의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 2·3단계를 거쳐 70만명이 근무하는 규모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겪은 불편함을 따져본다면 세상에 둘도 없을 공단일 것이다. 출·퇴근 때마다 입출경 신고를 하고 시간이 늦으면 벌금을 내야하고, 1분당 400원의 전화사용료를 내야했다. 인력 공급, 통신, 통행 등 각종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각종 보험과 근로자 노무관리 등 잘못된 법 제도에 대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이같은 정치적 리스크가 남아있다면 기존에 입주 기업들 조차도 재입주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남한 내 경기는 둔화돼 있고 상당수 기업들은 공단이 재가동된다면 경영난의 돌파구를 북녘에서 찾으려고 할 것이다.

우선 살아남아서 들어갈 날을 지켜보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10년 이상의 노하우가 있는 기업들로, 정부로서도 자산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달라. 인위적으로 정부에서 개성공단을 막아버린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나인의 다른 브랜드와 함께 개성공단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도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 시스브로 운영은 어떻게 해나갈 계획인지.

시스브로(SisBro)는 현재 이너웨어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서 인터넷을 중심의 판로를 통해 안정적인 기반을 구출해 나가고 있다. 향후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앞으로 다양한 품목으로 시스브로를 활성화하는데 경영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희건 ㈜나인 대표이사는

전북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쌍방울에 입사 후 1997년 ㈜나인, 2007년 ㈜나인JIT를 각각 설립해 개성공단 진출에 앞장 섰다. 고양 일산테크노타운 입주 1호 기업으로 고양시 우수기업, 기술형신형 INNO-BIZ기업으로 인정받았으며 2014년 3월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2015년 4월 개성공단 입주기업 최초의 협동조합인 경기개성공단기업사업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에 추대됐다. 현재 ‘케이이즈원’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이주철기자 jc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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