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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라돈침대 소송의 향방

 

 

 

 

 

2011년 대한민국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병으로 산모와 어린아이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대되었다.

추후 이러한 사망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졌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제조사와 판매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반인에 불과한 소비자들이 제조물의 하자나 발생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필자도 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로서, 여러 모로 쉽지 않았던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최근 라돈침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관하여 ‘피해자들의 상병이 모두 달라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였다.

유사한 사건을 담당했었던 변호사로서, 현재 역학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위 소송의 여러 쟁점 중 가장 입증이 어려운 인과관계에 국한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제조물의 하자로 인한 질병에는 특정원인에 의해서만 발병하는 ‘특이성 질병’과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병하는 ‘비특이성 질병’이 있다.

쉬운 예를 들어, ‘염소성 여드름’은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인 TCDD에 노출되었을 때 발병하는 특이성 질병이다. 반면 ‘일반 여드름’은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세균 감염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병하는 비특이성 질병이다.

한편 특이성 질병과 비특이성 질병을 나누는 이유는, 특이성 질병의 경우는 인과관계의 입증이 쉽지만, 비특이성 질병의 경우는 인과관계의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특이성 질병에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진 사례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비특이성 질병의 인과관계는 어떻게 입증할까?

인과관계에는 일반적 인과관계와 개별적 인과관계가 있다. 일반적 인과관계란 ‘일반적으로 A라는 유해물질에 노출될 경우 B라는 질병이 발병될 수 있다’는 것이고, 개별적 인과관계란 일반적 인과관계를 전제로 ‘피해자가 A라는 물질에 노출되어 피해자에게 B라는 질병이 발병되었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 폐암의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흡연’으로 폐암의 약 85%가 흡연에 의해 발병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흡연을 할 경우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 인과관계이다.

그러나 약 15%의 폐암은 석면, 라돈, 비소, 카드뮴, 니켈, 감염,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하여 비흡연자에게도 발병한다. 즉 흡연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폐암이 발병될 수 있으므로, ‘폐암의 약 85%가 흡연에 의해 발병된다’는 일반적 인과관계는 단지 흡연시 폐암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증가함을 의미할 뿐, 피해자에게 발병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간의 흡연으로 폐암이 발병되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피해자에게 발병된 폐암의 원인이 흡연 때문’이라는 개별적 인과관계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대조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비특이성 질병에 걸린 비율이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비특이성 질병에 걸린 비율을 상당히 초과하였다고 하더라도(일반적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 속한 개인이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정도, 발병시기,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위험인자에 의하여 비특이성 질병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개별적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라돈침대 피해자들이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개별적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보다 완화하여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혼에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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