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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머문 마을 골목에 ‘문화’ 볕들다

마을공동체-양주시 ‘해랑마을사람들’

미군부대 주둔 기지촌이었던 남방동
좁은 골목에 구멍가게조차 없어 불편

2016년 ‘새뜰마을사업’ 선정 후 변화
이은안 대표와 회원들 똘똘 뭉쳐
담벼락 보수하고 벽화 그려넣고
덤프트럭 속도줄이기 캠페인도

요가·난타 등 마을공동체활동 진행
작년 첫 마을축제 성황리 치뤄내

양주시 운영비·마을개선비 지원 끝
“올해 마을 주민들 자립 중요한 해”

 

 

 

 

양주 남방동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던 기지촌이었다. 자연스레 병영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서비스업 등의 생활권이 형성됐다.

미군 부대가 있음으로 생활권을 이어가던 남방동 주민들은 미군부대가 떠나고 그린벨트, 군사지역으로 묶이면서 낙후되기 시작했다.

50년 가까이 흘렀지만 현재 이 마을의 모습은 한 창때인 1970년대 모습 그대로다.

남방동은 비가 오면 우산을 제대로 펼수 조차 없는 골목들로 대부분 이뤄져 있다. 마을 한가운데서 자칫 불이라도 나면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이 마을에는 마트는 물론 구멍가게조차 없다. 마을주민들은 장을 보려면 걸어서 20분 거리를 오가야만 한다.

또 마을 바로 옆에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는 주로 덤프트럭들이 왔다갔다해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마을 주민들은 늦은 밤이나 새벽에 덤프트럭들의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이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살기가 어렵다 보니 주민들도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고 있는 상황.

이는 마을 주민들간 융합이 되지 못하고, 서로 점점 삭막해지는 동네로 변하는 악숙환의 고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던 남방동이 2016년 6월 새뜰마을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담벼락을 보수하고, 벽화를 그려 넣어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전을 위해 마을 뒤쪽으로 소방도로도 새로 뚫었다. 당초 마을 주민들은 좁은 골목을 넓히고자 했지만 그렇게 하면 반토막 나는 집들이 생겨나서다.

좁은 골목이 불편했던 주민들은 서로 양보를 해 골목공사도 시작했다. 밤이 되면 캄캄한데다 바닥이 울퉁불퉁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자주 넘어지곤 하던 골목에 보도블럭을 깔고 조명을 설치, 불편함을 해소한 것.

제대로된 인도조차 없었던 위험해 보이는 도로에는 폭이 작게나마 인도가 생겼다.

주민들은 시청에 건의해 빠르게 달리던 덤프트럭, 차량들을 저지하기 위해 시속 30㎞ 미만의 단속카메라까지 설치했다. 신호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집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려해도 오가는 차가 없을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렇게 주민들이 힘을 모아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이은안 해랑마을사람들 대표의 공이 컸다.

해랑마을은 해처럼 밝고 따뜻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90여명으로 대부분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은안 대표는 새뜰마을사업의 코디네이터들이 마을 주민들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해 7월 마을공동체에 선정된 후 마을주민들이 다시 화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랑마을은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했다.

이 대표는 주민자치위원장, 양주시장에게 저녁에 마을회관에서 요가 등 할 수 있게끔 강사를 초빙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해랑마을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요가, 난타 등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3일 해랑마을에 처음으로 마을 축제가 탄생했다. 그 이름은 ‘제1회 골목따라 해랑나들이 해랑제’.

주민들은 지금까지 배워온 난타를 선보이고 마을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같이 해 먹는 등 첫 축제인 만큼 성황리에 치뤘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공동체활동으로 꽃차, 목공, 캔들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꽃차는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배웠다. 해랑마을을 방문하면 집집마다 대문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팻말들이 걸려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팻말을 걸어논 것. 또 이정표들도 직접 만들어 표시해놨다.

골목을 걷다보면 마을 주민들이 쓴 시도 발견할 수 있다. 시를 읽다보면 마을 주민과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랑마을사람들의 회원은 총 8명이다.

이 대표는 회원은 8명이지만 마을주민 모두가 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8명은 발 벗고 나서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해랑마을사람들은 마을공동체사업으로 꽈배기를 준비하고 있다.

해랑마을은 새뜰마을사업의 성공사례로 새뜰마을사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방문자들을 좀더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은 이 대표는 간식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차를 대접하기 위해 꽃차를, 이가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딱딱하지 않는 간식의 꽈배기를 생각한 것이다.

현재 꽈배기 생산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상태다. 이 대표는 미리 꽈배기 기계를 사다 놓고 준비하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돈을 걷어 사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꽈배기 작업 공간도 이 대표가 집 한켠을 주민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 대표는 “해랑마을 새뜰마을사업은 사실상 지난해로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시에서 더 이상 마을을 위해 운영비, 마을 개선비 등을 지원하지 않아서다.

그렇기에 올해가 더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올해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해야 하기 때문이다./여원현기자 dudnjsgus1@
 

 

 

 

 

“차량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 성과… 마을공동체 뿌리 내릴수 있도록 힘쓸 것”

이은안 해랑마을사람들 대표

한 명이라도 나서야 동네 활성화
마을회관 새로 지었어야 했는데…


- 왜 해랑마을사람들 대표가 됐나.

소방대장도 했고, 부녀회장도 했었다. 이 두가지를 환갑이 넘으면서 나갈 때 뒷모습이 이뻐야겠다해서 다 놨었다.

이후 동네에서 새뜰사업으로 인해 회의를 하게 됐는데 이 자리서 경기도의 따복공동체 사업에 도전, 발표도 하고 사업도 따오면 좋겠다는 코디네이터의 제안이 있었다. 동네분들이 나를 선택했다. 난 못하겠다 뒤에서 서포트할 자신은 있는데 나와서 그런 것은 안하겠다고 만류했으나 한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한번만 내가 나가서 선정될 수 있도록 발표는 하겠다 했고, 하다보니 주민들이 뭐가 자꾸 생기게 되면 나보고 나가라고 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한명이라도 나서서 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 동네를 보다 활성화 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3년만 끌고나가다가 우리 마을에 컴퓨터도 잘하고 박식한 뛰어난 사람이 있는데 그분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이왕 발을 디뎌놨으니 뿌리를 내리고 나가면 우리 해랑마을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마을을 위해 많이 힘쓰신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는.

1인 캠페인을 하다보니 주민들도 같이 하게 된 사례가 있다. 우리마을을 지나다니는 차들 중 덤프트럭이 많이 왔다갔다하는 걸 봤을 거다. 단속카메라가 설치되기 전에는 이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 위험천만했다. 그들을 향해 1인 시위 캠페인을 했다. 아침마다 팻말을 들고 서서 30㎞ 이하로 서행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마을주민들도 다같이 나와서 속도줄이기 캠페인을 펼쳤다. 마을 주민들과 다같이 시청에 가서 민원, 건의도 하고 결국 30㎞ 이하의 단속 카메라도 만들어 냈다.
 

 

 

 

 

- 마을공동체활동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우선 마을공동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회관은 땅이 없어서 일년에 땅값 즉, 텃세를 땅 주인한테 내고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이 뒤쪽 소방도로를 뚫는 것이아니라 마을회관을 새로 다시 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막상 요가, 목공, 캔들 만들기 등을 마을회관에서 하는데 다른 동네 가보면 마을회관이 2~3층으로 잘해놨다. 이번 마을공동체활동으로 요가를 하게 되다보니, 한번 접하지 못한 문화생활을 하려다 보니 마을회관이 좁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마을 주민들이 모이다 보니 사람이 붐비는 것이다. 또 이것이 활성화되고 회원들은 점점 많아 지는데 방이 너무 좁다. 소방도로도 중요하지만 마을회관을 지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에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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