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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정경두의 발언과 국방부의 해명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적폐청산을 주장해 왔다. 2017년 4월 27일,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과거를 덮는 게 화합은 아니다” “적폐청산과 통합이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잘못된 과거는 덮어서는 안 되며,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짚어야만 오히려 화합을 이뤄낼 수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국민들은 이해했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적폐청산을 밀어 붙여, 2017년 말 기준으로 중앙지검 검사의 40%가 “적폐수사”에 “동원”됐다고 한다. 2017년과 2018년은 가히 “적폐청산의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온 나라가 적폐청산을 한다고 난리였다. 정부의 각 부처는 적폐청산위원회까지 두고, 과거 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었다, 국민들은, 과거의 잘못은 화합을 위해서라도 덮어둬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믿으며 이런 적폐청산 과정을 지지하며 지켜봤다.

그런데 요새 정경두 국방장관의 말을 보면, ‘과거’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KBS에 출연해, 김정은의 서울 답방 시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과거의 그런 부분에 대해 분명히 생각하고 있지만, 앞으로 잘 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일부 이해를 하면서,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송을 직접 보지 못해서, 설마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그래서인지 국방부는 이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장관이 언급한 내용의 핵심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이해’하고 있으며, 국민들께 이해를 당부 드린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이런 국방부 해명을 믿고는 싶지만, 그래도 문맥상으로 볼 때, 이런 국방부의 해명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는 솔직히 헷갈린다. 어쨌든 국방장관으로서 이런 식의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은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만일 국방부의 해명대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정 장관이 ‘이해’했다면, 국방부 장관은 북한에게 단호히 사과를 요구해야지 이해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더구나 해당 발언에는 ‘사과’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이러니까 발언이 ‘잘못’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미래를 위해 과거는 덮자”는 식으로 정 장관의 발언을 잘못 이해한다면, 과거 정권의 잘못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들춰대더니만, 북한의 과거 잘못은 ‘미래’를 위해 덮어둬야 하느냐는 비난이 쇄도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 관련 과거사는 화해와 평화를 위해 묻어두고, 국내의 과거사는 들춰내도 화합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인지, 그리고 같은 과거사이지만 북한이 우리에게 한 짓과 지난 정부의 ‘잘못된 과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정부는 이런 상이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과거는 파헤쳐야 하고 어떤 과거는 묻어둬야 하는지, 문 대통령이 그 기준을 ‘하사’해 주셔야 할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둘째, 국방부 장관은 현재 안보 상황에 대해 말해야 하고, 과거 우리가 북한에게 당한 것에 대한 반성과 그 ‘적극적’ 대처 방식에 대해 언급해야지, 외교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군인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 폰 클라우제비쯔는 전장(戰場)의 논리와 전쟁의 논리는 다르다는 점을 가장 먼저 피력한 바 있다. 군인은 전장의 논리에 비중을 둬야지 전쟁의 논리, 즉 정치의 영역까지 신경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부는 주적이 북한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 장관이 기억해야 할 점은, 천안함 희생 장병을 반드시 기억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만 국방장관으로서의 영(令)이 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점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다시는 이런 식의 논란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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