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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건강]팀원 생명 책임지는 리더와 산에 가라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리더를 통해 등산 기술을 배우고, 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팀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리더쉽을 배워야 한다. 리더십(Leadership)이란 등산 지도자로서 산행을 함께 할 팀을 안전하게 리딩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리더는 자신이 내린 판단과 결정에 책임을 져야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

처음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자는 어떤 사람과 함께 산을 가느냐가 중요하고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등산 인생이 달라지고 자신의 산행 스타일이 정해지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초보 등산가는 처음 입문하는 산악회나 그곳에서 만난 산악 대장을 통해 등산의 기초를 배우고 산행 습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악대장이라면 기본적인 등산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이끌고 체계적으로 산행지식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잘 만들어진 이정표를 따라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가이드 일뿐이다. 길을 잘 아는 가이드는 많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에서 대원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리더는 과연 얼마나 될까?

2005년 1월 13일 산악인 박정헌 대장은 후배 최강식 대원과 함께 해발 6,440m 촐라체 정상을 향해 등반을 시작했다. 정상 등정후 내려오던 중 해발 5,300m 지점에서 뒤따르던 최강식 대원이 크레바스(Crevasse·빙하에 균열이 생겨 갈라진 틈새) 속으로 추락한다.

최강식의 추락으로 박정헌 대장은 안경이 부서지고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안경이 없는 그의 시력은 0.3, 최강식 대원 역시 추락 과정에서 빙벽 여기저기에 부딪혀 두 발목이 부러졌다. 이때부터 그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최강식 대원이 크레바스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발목이 부러진 몸으로 최강식 대원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크레바스 18미터 지점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입구를 막고 있는 오버행(Overhang·암벽의 일부가 처마처럼 앞으로 돌출된 부분)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박정헌 역시 갈비뼈가 부러진 몸으로 자일 끝에 매달려 있는 최강식의 몸무게를 견디는 것은 죽음 같은 고통이었다.

박정헌 대장은 그 순간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바로 최강식과 연결되어 있던 자일을 자르는 것이다. 하지만 박정헌 대장은 끝내 자일을 자르지 않았다.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자일 파트너와의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9일간의 사투 끝에 자일 파트너인 최강식 대원과 함께 살아 돌아온다.

등반은 성공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박정헌 대장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손가락 여덟 개를 한두 마디씩 절단하고 일부 발가락도 조금씩 잘라 냈다. 최강식은 양쪽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절단해야 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촐라체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박정헌 대장과 최강식 대원의 이야기는 많은 산악인들에게 모범적인 사례이자 귀감으로 남아 회자 되고 있다.

이유는 단하나 자신과 함께한 대원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주말에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산을 하다 수많은 인파 속에 “대장님”하고 외쳐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지…. 3명이 모여서 동네 뒷산을 가도 그중 한명은 대장이라는 완장을 차야한다. 말 잘하고 산 몇 번 다니면 대장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과연 누구를 믿고 산을 가야 하는지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산에서 리더는 항상 대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 재난을 예측하고 팀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자신을 믿고 따르는 대원의 생명을 책임 질수 있는 대장이야말로 훌륭한 리더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동료와는 인연의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책임지는 리더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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