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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사랑이 머무는 자리

 

한 가정 주부가 집 앞에 허연 수염에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호호 백발의 노인 세 분이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여인은 노인들이 불쌍해서 다가가 말했다.

“제 집으로 들어가시죠. 저녁밥을 대접해 드릴 게요.”

그러자 그 중 키가 큰 노인이 말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집 안에 남편이 계시오?”

“남편은 직장 일로 잠시 후에 올 겁니다.”

“그럼 안 되지. 우린 남자가 없는 집엔 들어가지 않소이다.”

할 수 없이 여인은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남편이 돌아와 여인에게 물었다. 저 대문 앞 노인들이 누구요? 그러자 여인이 노인들과 주고받은 얘기를 했다. 남편이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왔으니 노인들을 데리고 오시오. 저녁이나 먹이게.”

여인이 대문을 열고나가 노인들을 불렀다. 노인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린 세 사람이 함께 들어 갈 수 없소이다. 각자가 다 다르니까. 이 친구는 성공이고 저 친구는 富이며 나는 사랑이라고 하오. 들어가서 바깥양반에게 한 사람만 부르라고 하시오.”

여인이 들어가 그 얘기를 전했다. 남편이 생각에 잠겼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富를 부르시오. 어차피 세상은 돈 판이니까.”

그 말에 아내는 생각이 달랐다.

“아니죠. 성공을 하면 돈은 따라 들어오니까 성공 노인을 불러요.”

그러자 주방에 있던 며느리가 나서서 말했다.

“아니에요. 사랑을 부르세요. 돈도 성공도 사랑보다는 못 하죠.”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여인이 다시 노인들을 찾아갔다.

“사랑이 누구세요? 우린 그 분을 택하기로 했어요.”

그러자 사랑이라는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문으로 들어서는데 富와 성공도 함께 따라 들어왔다. 여인은 이상해서 물었다.

“한 분만 온다더니 왜 저 분들도 따라 오세요?”

“아, 그건 사랑이 가는 곳엔 富와 성공도 함께 따라가기 마련이라 그렇소.”

그렇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이 없는 삶은 삭막한 사막과 같다. 사랑은 오직 남녀 간에 이뤄지는 것만이 아니다. 나무 한 포기 풀 한 포기에도 사랑이 깃들면 무위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곡식을 지어본 농부는 안다. 곡식도 그걸 돌보는 주인이 자주 찾아와 사랑으로 길러야 충실한 꽃과 열매를 맺는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 관계에 있어서야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은 그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낮은 관리는 미천한 백성을 사랑으로 대해야 하고 나라의 임금은 그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없는 가족은 원만할 수가 없다. 사랑이 없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 가정을 이루어도 그 부모처럼 행세한다. 조금 더 가졌다고 남을 능멸하고,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아랫사람을 예사로 깔보고, 이름 조금 지녔다고 함부로 사람을 하찮게 보면 되겠는가?

사랑은 삶의 원천이요, 에너지다. 우리 사랑하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넘치면 모자람과 못하다지만 오직 하나, 사랑만은 철철 넘쳐도 좋으니 서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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