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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그곳엔 ‘한류’ 문화원형 콘텐츠가 있었네

 

오사카 츠루하시역에서 이카이노 코리아타운으로 걷다보면 일본의 청춘남녀들의 행렬을 만나게 된다. 거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가는 중간 중간에 있는 ‘한류상점’에 들어가 보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행 중인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들을 듣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중년보다도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찾는 모습은 특히 이채롭다.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인 도쿄의 신오쿠보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 열풍이 중년여성 중심으로 붐을 이룰 때에 신오쿠보는, 한류 열풍에 빠진 일본인들로 이곳을 찾아 대성황을 이루었다. 한류의 기점으로 삼는 것은 2003년 ‘한류 붐’ 그리고 ‘욘사마’ 배용준이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에 입국했을 때 3천500여명 이상의 중년 여성 팬들이 몰려 일본 전역에 충격을 준 그 때를 ‘한류’의 절정으로 본다.

이곳 오사카 코리아타운도 일본에서의 일부 혐한 분위기 때문에 한류열풍의 쇠퇴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한국의 떡볶이, 핫도그, 한국 팥빙수 집 앞에 줄을 선 그들의 모습들, 심지어는 최근에는 한국의 분식점 그대로인 가게, 그리고 화장품,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 브로마이드를 구입하러 온 그들을 보면서 이러한 문화 콘텐츠를 통한 한국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1932년 9월 21일 개통된 ‘JR 츠루하시역’은 2017년 기준으로 1일 승차인원이 9만 9474 명으로 근처에 별다른 관광지나 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승하차를 하고 있는 역이다. 이곳 코리아타운은 그 오사카 재일동포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한국문화의 발신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22년 제주도와 일본 오사카를 잇는 정기운항선인 ‘기미가요마루’(君代丸) 취항을 하면서 일제강점기였던 당시의 제주도민들이 일본으로 도항을 많이 하였다. 지금은 운항되지 않는다.

이곳 역에 내리면 동대문 재래시장이나 종로 5가 광장시장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츠루하시 역전 상점가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한복가게가 무척 눈에 띤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소규모 ‘국제시장’(암시장)으로 시작된 이곳은 현재 점포수만 츠루하시 상점가를 중심으로 그 주변만 해도 거의 1천 여개에 이른다. 역전 시장 골목상점마다 김치, 장아찌, 마른반찬, 각종 떡 등을 팔고 있으며, 포목점, 야키니쿠 식당, 한류 관련물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이곳에 있다.

이곳 재일동포들의 이주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 연극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재일동포 작가인 정의신 원작인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은 1970년대 오사카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용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일작가 정의신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일본에 이주한 재일동포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면서도 가족애, 용서, 배려, 희망 등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재일동포인 최양일 감독의 영화 ‘피와 뼈’는, 제주도 출신 김준평 일대기이다. 1923년 한 청년이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는 배 위에 오른다. 청년의 이름은 김준평에 관한 이야기도 이곳 츠루하시 어묵 공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2009년부터 매년 11월에는 '경계(境界)에서 공생(共生)으로' 라는 취지 아래, 코리아타운 상점가에서 주최하는 ‘원코리아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원체 재일동포들의 이주민 문화원형이 살아있는 장소이다 보니까 일본에서도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류 소재들이 이곳을 통해 발신하고 있다.

이곳은 부산에서 오사카에 이르는, 제주도민들의 츠루하시 정착에 관한 이야기를 근간으로 코리아타운의 정체성을 만들고 이를 지역의 문화자본으로 만든 것이다. 오사카 한류의 문화원형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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