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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겨울도 간다

 

 

 

봄날은 간다는 노랫말 흥얼거리며/ 가끔은 말 바꾸어/ 겨울도 간다로 흥얼거린다. // 엄동설한 북극 한파 밀려와도/ 동지 지나니 팥죽 먹은 값 하려는지/ 지는 해 짊어지고/ 한걸음 두 걸음 더 걸어간다. // 소한 지나니 성깔을 내봤자고/ 대한도 지나 보름이면 입춘이고/ 다음날이 설날이니 천하의 동장군도/ 떡국까지 먹고 나면 슬그머니 물러나리 // 엄동설한 길 다하나 오는 봄 어찌하리/ 춥다, 춥다 입버릇 들까마는/ 찬바람 몰아내는 봄바람 불어오리 // 동지섣달 긴긴밤도 새벽닭이 깨우니/ 제 아니 일어나고 버틸 재간 있으리오/ 붙들지 않으니 서운한 마음에 빨리 가리 // 총총걸음 섣달 초승달도 갈 길 바쁜 이유/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 기대 부푼 벌 걸음/ 겨울도, 겨울도 간다네 긴긴 겨울 간다네



위 작품은 며칠 전 퇴근길에 서쪽 하늘을 향해 나지막이 흘러가는 초승달을 보면서 흥얼거려 본 것이다. 어느새 섣달 초승달을 보니 이제 혹독한 추위도 기승을 부려 본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린 시절 지녔던 설과 대보름 명절에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잠시 추위를 잊게 한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거 같고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나 콜록거리는 사람 천지다. 오죽하면 의사에게 어느 환자가 이번 감기는 지긋지긋하다며 언제나 나을까요 하니 “봄이 오면 날씨가 따듯해지면 나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의 이야기 할 것 없이 나도 감기 때문에 한 동안 혼이 났다. 예년 생각을 하면서 감기쯤이야 하고 지내다 아니다 싶어서 동네 병원을 갔다. 며칠 푹 쉬면 나을 것 같아 버텼는데 밤이면 기침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진찰을 받고 주사에 약까지 먹고 나니 좀 낫는체하다 도로 반복을 한다. 오일장 구경에 빠져 장마당 들락거리는 볼품없는 사람처럼 병원 문을 오 일 간격으로 네댓 번은 다닌 듯하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혹시 독감이 아닌가 물으니 독감은 아니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이번 겨울 감기가 독하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약 잘 챙겨 먹으며 따듯한 물도 많이 마시란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나이 먹는 거 모른 체하고 지내다 어느 순간 한꺼번에 맞닥트리는 것 이 인생인가 싶다. 이번 겨울 감기로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알았고 생각으로만 해야지 하는 운동도 이제는 미룰 수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계절은 깊은 겨울로 들어섰고 한동안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리라. 해는 눈에 띄게 길어졌고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기대로 버티다 보면 이 겨울도 어느새 지나가리라. 오히려 정이월에 물 항아리 터진다는 이야기와 꽃샘추위가 매섭다는 이야기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사계절 중에 제일 거북하고 싫어하는 겨울이 정말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겨울이면 최전방인 양구에서 군 생활하면서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군대 동기들 모임이 5월과 11월에 있다 보니 11월 모임에 가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군 시절 고생하던 무용담으로 바로 추위와 싸운 이야기들이다. 보급품도 형편없던 시절 이야기라 초병 근무를 서며 적군이 아닌 추위와 싸워 이겨야 했기에 더욱 추위를 크게 느끼고 고생스럽던 우리의 기억이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이 싫다.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겨울, 그 겨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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