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눈과 얼음

눈과 얼음

/나희덕

사흘 내내 폭설이 내리고

나뭇가지처럼 허공 속으로 뻗어가던 슬픔이
모든 걸 내려놓는 순간

고드름이 떨어져 나갔다
내 몸에서

시위를 떠난 투명한 화살은
아파트 20층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제 사람들은 내 슬픔과 치욕을 알게 되리라

깨진 얼음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밟으며
지나가리라

얼음 조각과 얼음 조각이 부딪칠 때마다
얼음 조각이 태어나고

부드러운 눈은 먼지와 뒤엉켜 눈멀어 가리라

 

 

 

 

외적인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눈과 얼음”이 말해준다. 그런데 자유가 쓸쓸하다. 참 슬프다.‘허공’속의 슬픈 ‘나뭇가지’가 이고 있었을 눈의 무게, 그 삶의 무게가 고드름이 되기까지 견뎌야 했던 투명한 아픔을 알 것 같다. 시의 자리, 시의 조각들이 다시 부드러운 눈이 되어 내릴 때 쯤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고드름을 상상해 본다. /권오영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