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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입춘 立春

 

 

 

입춘 立春

/김서희

흰 눈 가득한 2월의 달력에
‘봄씨’가 들어있다
새순 내민 듯이
위쪽이 뾰족한 두 글자
티끌 같고
씨앗 같고
단추 같다

아무런 징후도 없이

길바닥에 떨어진
코스모스 씨앗 같은 그것이

어떻게 봄을 세운다는 것인지
흙을 파보면 아직도 살얼음 성성한데
기도같이
소원같이
주술같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춘은 늘 매서운 추위 속에 놓여 있다. 함박눈이 펄펄 날리기도 하고 한파가 몰아닥쳐 세상을 꽝꽝 얼리기도 하는데 어김없이 입춘은 돌아온다. 화자는 흰 눈 가득한 달력의 입춘 날짜를 접하고 의아했으리라. 그리고 立春이란 한자를 유심히 관찰했으리라. 위쪽이 뾰족한 두 글자에서 티끌 같지만 씨앗인, 열어젖뜨리는 단추인, 봄씨를 본 것이다. 그런 발견은 일상적 대상에의 세밀한 관찰로서 가능할 터, 화자의 시적 인식이 돋보인다. 아, 봄은 저 글자의 발아 때문이구나. 기도로서, 소원으로서, 주술로서 글자의 힘을 모두어 살얼음 성성한 겨울을 물리치는구나. 항상 입춘이란 한자어의 뜻(봄을 세운다는)에 궁금증을 품었던 내게도 실마리가 되는 시이다.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촉을 세우는 거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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