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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다]양보 없는 도시

 

지금 동탄에서는 ‘협동조합유치원’ 자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만연한 유치원 비리를 타파하고자 학부모들이 직접 힘을 합쳐 새로운 유치원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협동조합유치원이다. 성사된다면 오는 3월 개원 예정인 서울 노원구에 이어 두 번째로 협동조합 형태의 새로운 유치원 모델로 자리 잡아 운영에 투명하고 공정한 유치원으로의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상품화된 기존의 사립 유치원과 달리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투명하고 건강한 보육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과정이 이기주의라는 암초를 만나 설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협동조합 유치원 추진 학부모들이 유치원이 들어설 적절한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치원 설립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교육청과 지자체가 나서서 올 3월 개교예정인 동탄 16초 옆 공사 중인 ‘이음터’의 일부 공간을 내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학부모들이 이를 반대한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부재로 어려움이 많은데 몇 명의 아이들만을 위한 협동조합유치원에 이음터 공간을 단 한 평도 뺏길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따라서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운영방안 마련 등 설립에 따르는 실질적인 조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음터에 유치원 설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처럼 이음터 공간 일부를 내주는 것이 그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 몇 명만을 위한 것일까?

이음터에의 협동조합유치원 설치는 단순히 안전한 교육공간이 필요한 단 몇 명의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이음터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공간이다.

주민들과 아이들이 서로가 선생님이 되고 학생이 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배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겠다’는 협동조합유치원과 일맥상통한다.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위한 공간이 줄어든다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배려와 양보, 그리고 함께 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십년 전만 하더라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르신들이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른 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한때 외국인들이 한국의 특별함을 소개하는 예로 공공구역에서의 자리양보를 손꼽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며 이제는 그러한 양보나 배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일부러 지하철 좌석에 핑크색을 칠하고 버스 맨 앞자리에 노약자석이라고 스티커를 붙여놓아도 배려는커녕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라는 의식이 만연해졌다. 그래서인지 자리양보를 두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과 교복차림의 학생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왕왕 벌어지곤 한다.

양보가 사라진 도시엔 무엇이 남았을까? 이기주의와 배려의 실종으로 인한 주민 갈등뿐이다.

우리는 버스에 마련된 노약자석이 그 자리에 앉는 단 한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 자리를 비워두지 않고 남녀노소 시민 누구나 앉을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 그것이 공공이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유치원은 과거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워냈던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우리가 무너져버린 공동체를 어떻게 복원시킬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이자, 그간 차곡차곡 쌓여있던 사회문제들의 해법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배움은 책속에만 있지 않다. 그것이 화성시가 만들고자 하는 이음터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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