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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

/도종환

그대가 금잔에 빛 고운 술을 건네도

나는 한 모금도 입술에 대지 않으리

그대 몸을 감은 영락(瓔珞)의 방울들 찬란해도

그대 눈부심에 결코 눈 주지 않으리

도금의 시대여

궁정악이 뿜어내는 현란한 음악소리 높아도

악기의 녹슨 몸통을 가릴 수 없는 시대여

일찍 찾아 온 무서리에 쓰러진

저 푸른빛의 슬픔을 나는 노래하리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는 황홀한 식탁을 위해

나는 단 한 곡의 음악도 연주하지 않으리

풍찬노숙을 견디는 저 꽃들

적빈을 택한 향기를 노래하리

오오 도금의 시대여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2011·창비

 

 

 

 

인간은 언제나 도금의 시대를 산다. 본질과 달라진 형식들과 내용보다 감각이 우선되는 세상을 탄식하는 시인의 노래는 사실 적극적 가난을 요구하는 율법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상의 황홀한 식탁보다 푸른빛의 슬픔을 노래해야하는 풍찬노숙의 꽃들처럼 우리의 생애에 단 하루라도 가난한 심령으로 빚어진 향기가 있었기를 노래하고 있다. 모두가 찬란한 영락(瓔珞)의 목걸이 눈길이 빼앗길 때 마치 밤하늘의 별과 이마를 맞대며 찬이슬을 머금은 들녘의 꽃들처럼 피어야할 시간과 져야할 시간을 어기지 않는 섭리에 순종할 줄 아는 삶을 생각게 한다, 그야말로 단 하루라도 도금되지 않는 생화(生花)로 살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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