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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컷

                      /정다운

요새는 페북 게시물에 빠져 있다

실제 사건 커뮤니티는 29만 명이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난자당한 남자의 벌어진 상처

며칠 간 물에 불은 여자의 얼굴

겹겹의 멍으로 뒤덮인 아기

그런 사진들이 돌아다닌다

배에서 쏟아져 나온 내장 기관들보다

더 초점이 잘 맞은 그 브랜드 그 매장

나 저기서 옷 샀었는데, 소름.

차에서 발견됐다는 샤넬백은

누가 사 줬대 왜 죽였대 뭘로 그랬대.

나도 사진을 공유한다 소문을 낸다

동시에 헐, 대박, 하면서 놀란 뒤에

왜 이런 세상이 되어 버린 건지 대화하고 싶다

무섭지만 재밌는 공포 영화 보듯이

다 같이 극장에 앉아 있는 셈

그러나 비난은 나 말고 범인에게

-정다운 시인의 시집 ‘파헤치기 쉬운 삶’ 중에서

 

 

시의 앞부분의 일부는 이렇다. “학대 방지 서명을 하고/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옆 차선으로 비켜준다/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선량한 시민” 그렇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우기면서 살아간다. 타인의 고통과 참혹함이 찍힌 사진 속에 어쩌다 같이 찍힌 브랜드 매장이나 샤넬백에 더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선량하다 한다. 그런 사진들을 보고 ‘헐, 대박’ 하면서 가슴 아픈 척하는 우리는, 남의 불행을 재밌는 공포영화 보듯 하는 우리는, 기어이 선량하다고 우기면서 살아간다. 비난은 범인에게나 하라면서./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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