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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松시선]세계문학은 부재중

 

“어린 왕자 누가 지었지?” “모르겠는데요” “그럼 어느 나라 작품이지?” “영국인가? 미국인가? 잘 모르겠는데요” “읽어는 봤니?” “네” “언제?” “초등학교 때요” “내용 기억나?” “아니요. 제목만 알아요”

학생은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나마나 어렸을 읽은 것도 집에서 엄마가 마련해준 책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렸을 때 읽은 외국 작품들 대부분이 다이제스트 본이라고 해서 읽기 좋게 내용중심으로 원작을 대폭 줄여서 양을 줄여놓은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영미 계열의 유명 작품들은 거의 다이제스트 본이다.

이것은 문학 수업중 있었던 나와 고등학생과의 대화다. 그 학생은 끝내 아무 대답도 못 했다. 반면 국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것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었다. 작품 내용은 물론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 특징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현대문학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현존하는 작가보다는 일제 시대 작품으로 편중되어 있었다. 당연히 교과서 수록 작품들이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참고로 문학 교과서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한국 현대문학 총 49편(운문 : 18편, 산문 : 31편), 한국 고전문학 총 24편(운문 : 14편, 산문 : 10편), 해외 문학 총 15편(운문 : 4편, 산문 : 11편)

해외 문학은 전부 고전 일색이었다. 그것도 미국 문학과 유럽이 대부분이었고 아시아 문학은 극소수 작품에 불과했다. 그나마 중국 한시가 전부였다. 이러한 구성은 검인정인 우리 나라 문학교과서 공통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인용한 어느 고등학생과의 대화가 한 학생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고등학생에게 공통된 현상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편중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수능에서 해외문학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수능이 시작된 이래 해외 문학작품이 문제로 등장한 것은 중국 고전 한시를 제외하면 한두 작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해외 문학을 취급한다는 것은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시간 낭비일 뿐, 손해 보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올해 언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되어 출제위원장이 사과까지 하는 현상이 벌어졌지만 올해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물수능이라고 비난을 받았고 변별력 약화로 매년 수험생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한 문제에 일희일비하는 입시 체계에서 교육 현장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학이 주는 본래 기능면에서 보았을 때 학교에서의 문학 편식 현상은 감수성이 풍부한 성장기 학생들에게 매우 불행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정서면에서 영양 불균형 현상은 심각한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플랑크톤이 다양하면 그만큼 어종도 다양할 것이고 플랑크톤의 질적·양적 측면도 어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개성이 중시되는 예술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작가와 달리 외국 작가들만이 줄 수 있는 문학 세계가 반드시 존재하며 그것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기회도 반드시 우리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문학은 시공을 초월한 간접체험의 공간이다. 각 나라의 생활상과 민족 의식을 재미와 함께 체득할 수 있는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가뜩이나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문학 수업이 감상을 위한 작품 분석이 아니고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현실에서 설상가상으로 수업시간 중에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세계문학에 대한 시각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세계문학 범위도 미국과 유럽 일색에서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권에까지 영역을 더 넓혔으면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이 배출된 나라들만 보아도 전세계를 망라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매우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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