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훈동칼럼]손시린 계절, 올 적십자 모금 아직도 목마르다

 

 

 

적십자는 생명이다. 적십자는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인간존중을 보장한다.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도우려는 생명 존중에서 태어난 글로벌 재난구호 기구다. 스위스의 젊은 실업가 앙리 뒤낭이 제네바 협약을 제창하여 국제적십자가 태동됐다. 현재 191개 나라가 가입돼 인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 114년 전에 고종황제가 ‘광제박애(廣濟博愛), 즉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칙령을 내려 이 땅에 적십자 깃발이 세워졌다.

적십자는 마치 종교와 같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득을 추구하지 않고 무한 봉사하기 때문이다. 봉사기구이자 구호 운동체다. 실제 종교와는 다른 종교다. 자발적 봉사원들이 적십자 깃발 아래 언제나 하나로 뭉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과 행동으로 전하는 ‘사랑과 나눔, 희망’이라는 말들이 지친 이웃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봉사원간 편 가르기가 없이 어디서나 일체감을 갖고 재난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적십자의 힘이다. 평소에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봉사원으로서 자질을 키워 나간다. 봉사원들은 일곱 가지 국제적십자 기본 원칙을 신조로 삼고 활동한다. 인도, 공평, 중립, 독립, 자발적 봉사, 단일, 보편 등이 바로 적십자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정신이다. 봉사원들의 노고와 헌신으로 적십자정신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을 본다. 태풍으로 물이 차올라 생명이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웃 어르신을 업고 무사히 대피시킨 봉사원, 암 투병 중에도 쉼 없이 나눔 활동을 펼치는 봉사원들의 이야기는 주변을 훈훈하게 만든다. 세월호 사고, 포항지진 등 힘든 재난 현장을 모두 하나둘씩 떠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적십자는 이재민과 함께했다.

적십자의 재원은 100%가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이뤄진다.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없다. 그런데도 국회로부터 국정감사를 해마다 받는다. 적십자는 국민의 것이라는 표징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감사하는 것이다.

적십자 모금에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십자 회비는 세금이 아니라 성금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 내는 자발적 성격의 성금이다. 그래서 그 어느 것보다 값지다. 잘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지만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의외로 많다. 위기에 닥쳐 긴급하게 도와줘야 하는 가정도 자주 발생한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나선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도움의 손길이 뻗칠 수 없는 가정이 있다. 그때 적십자가 현금이나 인력지원에 나선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올해 적십자회비 집중모금 기간이 1월로 1차 마감된다. 31개 시군을 순회하며 지역의 적십자봉사회 임원들과 함께 시장, 군수, 의회의장들을 만났다. 특별성금을 받고 회비 모금과 적십자 활동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연례행사처럼 진행됐지만 올해는 남달랐다. 새로 취임한 지자체장들이 많기에 그렇다.

적십자에 대한 이해가 각별한 이들도 있고 일부는 피상적으로 ‘노란 조끼를 입고 좋은 일 하는 분들’이라는 느낌 정도를 갖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적십자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인정하고 격려의 말을 들려주었다. 기꺼이 적십자 특별성금도 내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도단위 기관장으로서 전국에서 최초로 특별성금을 냈다. 기초단체는 신동헌 광주시장을 시작으로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앞장 서 냈다. 의회의장은 박현철 광주시 의장을 시작으로 성금행렬이 이어졌다.

생활은 가진 것으로 꾸려가지만 삶은 베푸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따뜻한 나눔은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한 번 뻗은 도움의 손길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기부와 나눔은 중독이다. ‘정직이 가장 오래 간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적십자 인도주의 가치와 이상을 114년간 지켜온 것은 ‘정직함과 우직함’으로 인도주의 원칙에 입각해 적십자 운동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입춘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손 시린 계절이다. 적십자 모금이라는 저수지에 물이 차지 않았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공급할 생명수를 담아놓아야 한다.

늘 그랬듯 재난 현장이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도록 도민들의 지지가 절실하다. 아직도 적십자 모금은 목이 마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