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웨트웨어(Wet-ware)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뉴욕대 폴 로머 교수는 수년 전 한국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은 이미 모방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추격전략 단계를 넘어섰고, 글로벌 리더가 된 만큼 좀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HW·SW시대 가고 WW시대가 왔다"고도 했다.

웨트웨어(Wet-ware)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인간 두뇌를 의미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술혁신도 필요하지만 아이디어(지식)와 WW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디어라는 것은 요리로 따지면 레시피와 같은 것”이라며 “레시피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레시피를 쓰느냐에 따라 이전에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거나 훨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백종원의 성공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지 않은가.

IT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학교교육의 보검처럼 여겨지고 있는 단순 지식은 더 이상 암기대상이 아닌 창조와 융합의 대상으로 바뀔 것이다. 인류는 지식을 기억하는데 사용했던 두뇌의 힘을 지식을 창조하고 융합하는데 쓰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업무와 역할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역무원의 역할은 창구에 앉아 표를 파는 일이었으나 자판기가 도입된 이후로 역무원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를 묻는 도우미 역할로 바뀐 사례를 보듯이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업무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IT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 만 년을 지탱했던 형식지(形式知) 시대가 저물고 암묵지(暗默知)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감성과 소통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20세기까지의 인류역사가 좌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우뇌의 시대가 시작 됐다. 그동안 우리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소위 좌뇌 중심의 사고와 관행에 젖어있었다. 교육도 인간의 좌뇌를 개발하는데 치우쳐 있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지식근로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엄청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상상도 못할 정도의 물질적인 부를 누리고 있는 것도 지식 교육을 통한 결과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기능적인 면만 가지고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큰 그림을 보는 우뇌적 사고가 없이는 발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갈수록 물질적 풍요가 확산되는 세상에서는 좌뇌적 사고보다 우뇌적 사고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I.Q(Intelligence Quotient)가 높은 사람보다 E.Q(Emotion Intelligence)가 높은 사람을 더 필요로 하는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컨대 “저 친구는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는데 어떻게 해서 저렇게 성공했을까, 세상이 잘못 되었어” 우리는 종종 이런 푸념을 듣는다.

이제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I.Q와 E.Q에 대한 설명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친구는 I.Q는 높지 않았지만 E.Q가 높았던 것이 아닐까. 사회적 성공은 인지적 지능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학교성적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껏 많이 봐왔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이 세계 제일이라지만 아직도 좌뇌 시대의 끝자락에 함몰되어 올바른 자녀 교육관을 정립치 못하고 있다. 가치 있는 삶이나 보람 있는 삶에 대한 가치의식 없이, 출세 지향적 경쟁의식과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그릇된 교육관을 가지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리정돈, 칭찬, 독서, 절약, 약속, 정직, 배려 등 내 성공습관은 부모님이 만들어주셨다”고 술회하고 있는 빌 게이츠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