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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칼럼]스카이 캐슬과 놀이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우리사회에 제기한 부모의 ‘외눈박이 사랑’에 대해곱씹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3대째 서울의대 집안이라는 찬사를 받기위해 오로지 공부만 외쳐대는 부모가 어디 드라마 속에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자식이 서울대에 합격만 하면 그들만의 캐슬이 더욱 공고해 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타인을 경쟁자이거나 내 성공을 방해하는 훼방꾼 정도로 인식한다. 정말로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인지하는가?

타인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인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만약 나와 꼭 같은 인격체로 인지한다면 갑질을 하거나 모멸감을 주거나 혹은 폭행을 일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인격적인 언사는 어린이가 부모나 학교,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체득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타인이 나와 같은 인격체임을 가르쳐야만 하겠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필자는 타인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능력, 이 능력은 21세기형 인간이 갖추어야만 하는 역량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재란 제 아무리 잘났다한들 그리고 독립적으로 완전하다고 주장 한들 인간을 둘러싼 외부적인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미세먼지와 같은 자연환경이 그렇고 북한 핵 위협도 그렇고 불공정한 재판이나 행정 권력도 일개의 완벽한 개인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영역 즉 내 영역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 그리고 꼭 인지해야만 하는 진리가 도출된다.

인간에게 외부 세계에 대한 완전한 통제는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약점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만 하고 타인의 약점에 대해 도를 넘어선 비난을 감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도출된 인간존재에 관한 자명한 사실을 인식하도록 가르치기 위한 방법으로 문학 읽기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문학에는 인간존재의 허약성, 조건의 불안정성 등의 희노애락이 다 녹아 있어서 상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상상으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여러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우기에 알맞다.

그리고 하나 더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놀이’다. 놀이는 어린이들에게 상상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준다.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 위니콧(Donald Winnicott)은 어린이들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환경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놀이를 특히 강조했는데 이를테면 부드러운 이불이나 푹신푹신한 동물인형과 대화하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실제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를 예비한다.

부모가 부재할 경우, 이 사물의 도움으로 마침내 아이는 ‘엄마 없이 홀로 노는’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이제 아이가 자신의 자아를,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표지가 된다. 위니콧의 용어인 ‘잠재공간’은 같은 인간존재로서의 상호주관성을 인식하게 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상호 호혜성에 관한 놀라운 가치를 배운다. 내가 만나는 타자와 놀이를 하고 이 놀이를 통해 아이는 타자와 내가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내가 더 즐거우려면 타자와 무엇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놀이는 사람들에게 타인을 지배하지 않고 타인과 함께 살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친다. 스카이 캐슬처럼 나를 둘러싼 타인들이 다 내 경쟁자라고만 의식하면 절대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없다. 삶이 행복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놀아보지도 못한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잘 놀지 못한다. 기껏해야 컴퓨터 게임과 유튜브 시청으로 하루 종일 집에 틀어 박혀 산다.

남과 교류하지 못함으로 해서 우리는 놀이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고 배우지 못할 뿐 만 아니라 타인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오늘도 범하고 산다. 그 비극적 상황이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는 지금, 슬프게도 스카이 캐슬이 더 공고해 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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