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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강아지풀이 흔들리면

강아지풀이 흔들리면

                             /김점용

한밤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놓아 주었다

멀리 가서 잘 살라고 놓아 주었다

고양이는 강아지풀 사이로 뛰어갔다

돌아오면서 돌아보았다

강아지풀이 흔들렸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 꼬리였다

자세히 다시 보니 강아지풀이었다

길가에 쌓아놓은 비료 부대를 자세히 보니

주차된 트럭 뒤꽁무니였다

다시 자세히 보니 친환경 비료 부대가 맞았다

고양이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키 큰 귀신을 만났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무덤에서 뻗어내린 칡넝쿨이었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나를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될 만큼 흔해진 질환이 되었다.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은 가장 주요한 사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대뇌세포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기능의 장애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방향감각이 점차 상실되고 성격의 변화에 이은 모든 자율적 능력을 상실해 간다.병이 진행되면서 엉뚱한 곳에 물건을 놓아두거나, 놓아둔 물건을 찾지 못하며, 늘 오가던 길에서도 길을 잃고 오랫동안 살아온 자신의 집도 찾지 못한다. 중기 이후엔 친구와 이웃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심해지면 가족과 배우자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행동은 공격적으로 변하고 의미 없이 주변을 배회하거나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과 악담을 퍼붓기도 하고 우울과 불안, 환각이나 망상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필자의 어머니도 10년간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집에서 모시다 나중엔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모셨는데, 아픈 죄책감이 고양이처럼 귀신처럼 꿈속까지 출몰하였었다./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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