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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2차 북미정상회담과 우리의 운명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아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화를 원할 것이다. 평화란 모두의 생존을 의미하고, 우리 인생을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우리 자손들의 안녕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화라는 이름의 화두가 2월 한 달을 휩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어떤 종류의 평화가 진정한 의미의 평화인가 하는 부분이다. 케네스 보울딩이라는 미국 학자는 평화를 소극적 의미와 적극적 의미로 구분했다.

소극적 의미의 평화란, 당장 무력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잠재적으로도 무력사용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이론을 갖고 역사를 바라보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지구상에 한반도 존재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소극적 의미의 평화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한반도 내에서라도 적극적인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소극적 의미의 평화보다 훨씬 나은 상태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은 바로 북한의 비핵화다. 비핵화는 소극적 의미이건 적극적 의미이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만일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 동결, 그러니까 미래 핵은 제거하지만, 현재 핵은 제거하지 않는 상태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 만들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2월 말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때문이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과연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변 핵시설 폐쇄와 ICBM의 폐기 정도 선에서, 미국이 대북제제를 완화하거나 아니면 연락사무소개설과 같은 미북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게 된다면, 우리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럽게 될 것이다. 이는 북한의 미래 핵과 운반수단에 대한 ‘부분적’ 제거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은 계속해서 핵보유국 행세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 번에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으니, 일단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북한이 미래 핵 시설을 제거하거나 폐쇄하겠다고 주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2005년에 채택된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와 IAEA에 복귀하는 내용을 담았었다. 또한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에서는 ‘북한의 핵 불능화’를 명시했고, 이에 따라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했었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가 시작되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이벤트도 진행됐던 것이다.

또 2008년 북한은 1만8000쪽짜리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영변 핵시설 가동 자료였을 뿐 ‘핵 리스트’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검증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이런 ‘합의’나 ‘선언’은 북한에게 시간만을 벌어준 꼴이 됐고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한 상태로 사문화 돼버렸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냥 막연하게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관적 희망’의 표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핵보유와 정권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사고를 바꾸지 않은 한, 이번이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이나 우리 정부가 이른바 ‘쪼개기 비핵화’를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제까지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시한을 못 박지 못하면, 북한의 핵보유를 계속 인정하는 결과만 초래될 것이다. 북한의 우리에 대한 위협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자칫 한미연합 방위 능력만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안보 위기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주관적 희망’에서 벗어나 역사를 조명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이 위기의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들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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