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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왕실의 비밀정원, 창덕궁 후원을 가다2

 

 

 

 

 

연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다시 겨울의 매서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입춘이 지나서일까 겨울의 칼바람에서도 상쾌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오늘도 겨울의 창덕궁 후원여행을 이어가보자.

경치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서는 것이 바로 정자이다. 창덕궁 후원에도 어김없이 정자가 들어서 있다. 먼저 관람정 권역으로 가보자.

관람정 권역에는 반도지(半島池)를 사이에 두고 4개의 정자가 적당한 간격을 둔 채 자리해 있다. 관람정은 연못에 걸쳐 자리하고 있고 연못 반대편으로 승재정과 폄우사, 그리고 존덕정이 위치하고 있다.

관람정은 부채꼴 모양의 정자이다. 관람정의 특이한 점은 편액이다. 일반적인 편액의 모습이 아닌 나뭇잎 모양이다. 나뭇잎도 부채꼴 모양처럼 휘어있다. 편액의 색깔이 연그린에 흰색의 글씨가 쓰여 있어 색다른 느낌이다. 관람정의 부채꼴 모양의 지붕선과 편액의 부채꼴로 휘어진 나뭇잎 모양의 편액의 선을 함께 보는 묘미가 멋지다.

관람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댓돌이다. 정자로 올라가는 2단의 댓돌모습이 재밌게도 정자의 부채꼴 모양과 같은 선형을 유지하고 있다. 2단의 댓돌을 오르고, 다시 정자 위로 올라서는 정자바닥의 선이 곡선으로 통일성을 갖는다. 하늘과 바닥을 번갈아 내려보다 반도지에 뱃놀이를 했다면 어떤 배를 띄웠을지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본다.

연못을 건너 존덕정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존덕정은 육각형 모양의 정자이다. 한 눈에 예사롭지 않음이 감지된다. 정자의 지붕도 이중으로 된 겹지붕이며 큰 기둥을 기준으로 가느다란 기둥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이 마치 정자 중심을 기준으로 주변을 에워싸는 군졸들의 느낌이 나는 듯하다.

그렇다고 삼엄하게 무장한 군졸들의 느낌이 아니라 가볍게 따라 나선 수행원의 느낌이랄까. 존덕정 가운데는 여의주를 가운데 두고 청룡과 황룡이 노니는 모습이다. 용까지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격조 높은 정자임을 알 수 있다.

존덕정에서 몇걸음 더 발길을 옮기면 폄우사가 자리해 있다. 폄우사는 효명세자가 들려서 독서하던 곳이다. 세 칸짜리 맞배지붕 모습으로 바로 옆 존덕정과는 사뭇 비교되는 정자다. 승재정은 높은 언덕에 자리해 관람정을 굽어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사모지붕으로 된 정자로 이름처럼 빼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가을에 오면 아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곳이다.

이제 연경당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첩첩산중을 헤매다 꿈처럼 만난 인심 좋은 양반댁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연경당은 평생에 한번쯤은 꼭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이 곳은 효명세자가 사대부가의 생활을 알기 위해 아버지 순조에게 요청해 세워진 곳으로도 알려져 있고,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축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기록도 있다.

궁궐 안의 99칸 집으로도 유명한 연경당은 궁궐지에는 실제로 120칸짜리 집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연경당은 사라지고 지금은 고종임금 시기에 새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경당이 자리하고 있다. 연경당은 사랑채와 안채가 구분되어 있지만 내부에서는 연결돼 있어 양반가의 모습과 닮아 있다.

연경당의 서쪽에는 선향재가 자리하고 있다. 선향재는 책들을 보관하고 책을 읽었던 서재다. 측면을 벽돌을 사용해 만든 점이 청나라 풍의 집옥재와 유사하다. 선향재가 특이한 점은 본 건물에 덧대어 만든 동판지붕과 도르래식 차양이다. 이국적인 느낌이지만 한옥건물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연경당의 정문은 장락문이다. 창덕궁 낙선재의 정문이름도 장락문이다. 낙선재를 들어서는 장락문과 연경당을 들어서는 장락문은 이름은 같지만 전각의 정문으로서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 느낌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설날의 연휴와 다른 혼자만의 여백의 미를 느끼고 싶다면 왕실의 비밀정원 창덕궁 후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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