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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고위공직자, 말 한마디로 품격 높여라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면 자신의 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가 일찍이 한 말이다. 말은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말을 잘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얼마 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말실수로 물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 보좌관은 이날 “50~60대는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퇴직과 청년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대 청년층과 50~60대 장년층의 심정을 헤아려야 하는 청와대 경제참모로서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 딱한 일이자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게 돌아가는 밑바닥 정서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경제보좌관 자리를 덥석 받았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혀는 세 치, 약 10㎝밖에 되지 않으며 57g에 불과하다. 이런 세 치 혀가 우리네 운명을 쥐락펴락한다. 다른 자리도 아닌 경제를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가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어 고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못한듯하다. 젊은이들은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 국가 가면 ‘해피 조선’이라고 말해 민심에 불을 질렀다. 발 빠르게 사표수리가 돼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가 쏟아낸 말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을 것이다. 칼로 베인 상처는 쉽게 낫는다. 하지만 말로 베인 상처는 평생을 간다고 한다. 아세안으로 가라는 것은 동남아 교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

아세안 국가 젊은이들이 한국어시험 에 몰리는 현상은 정반대로 읽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한국어를 배워서라도 한국에 진출해 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실상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남방정책 운운하면서 청년들과 조기퇴직자들에게 아세안이나 가보라니 참으로 한심한 말이다.

역대 정부 못지않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구설은 이어졌다. 장하성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폭등과 관련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할 이유도 없다. 나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중산층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밖에도 송영무 국방장관,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말실수에 한몫 거들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입 안에 무서운 도끼를 물고 있다. 그 도끼로 스스로의 몸을 찍어댄다. 그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럽히는데 그것은 입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쁜 말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문제가 됐던 설화 역시 참모들의 말실수였다.

이번에 상처받은 이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희망은 기어코 귀환하기 때문이다. 희망의 말은 위력적이다. 절망감, 우울감, 무기력감 따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길이 다 막히고 장애물로만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서양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도 일찍이 언어의 힘을 간파하고 이렇게 말했다. “의사에게는 세 가지 무기가 있다. 그 첫째는 말이요, 둘째는 메스고, 셋째는 약이다” 메스나 약보다 더 강력한 치유 효과를 지닌 것이 말이라는 의미다. 입에서 나오는 말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죽고 사는 것이 혀에 달렸다.

오죽하면 후당(後唐)시절 열한 명의 임금을 모신 재상 풍도는 설시(舌詩)로 처세술을 읊었을까.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어디 있든 몸이 안전하리라’ 언행에 신중하라는 교훈시다. 입에서 나간 말은 불과 30초밖에 되지 않지만, 상대방의 가슴속에는 30년 동안 남아 복(福)이 되던 화(禍)가 되던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인생이라는 밭에 ‘말’이라는 씨를 심고 살아간다. 내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은 바로 씨앗이 되고 열매를 맺는다. 잡초도 꽃이라 부르면 격과 향이 달라진다. 입은 적을 만들고 귀는 친구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입구(口)자가 셋이 모이면 품격 품(品)자가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뜩이나 기죽어 있는 젊은이와 조기퇴직자들에게 활력이 있는 말을 해줘도 부족한 마당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을 담고 있다. 파급력이 큰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라도 격조 있게 사용하길 바란다. 더 이상 국민들을 분노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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