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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재정분권,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없애야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옛날 중국이 주변의 다른 민족들을 관리·통치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다. 중국은 주변 민족들을 오랑캐라 칭하고, 각각의 오랑캐들을 자신들의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오랑캐를 이용해 다른 오랑캐를 치게 해 주변 오랑캐들을 복속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이제이는 과거 중국이 주변국을 다스리는데 국한해 활용하였던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국가들간이나 개인들간에도 흔히 사용된다. 국가, 기업, 개인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면 갑이 다수의 을을 제압하고자 을끼리 싸우게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식민 지배를 위해 종족이나 주민들끼리 싸우게 하거나, 악덕업주가 종업원들끼리 견제하게 하여 자기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 모두 이이제이 전략이라 하겠다.

이러한 이이제이 전략은 국가와 지방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지방자치, 지방분권 정책추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가 이이제이 전략을 사용하면 지방이 지방을 견제하게 돼 중앙의 힘을 더욱 과시할 수 있고 지방을 더욱 중앙에 예속시킬 수 있다. 국가가 이이제이 전략에 빠져들게 되면 지방자치나 분권이 무의미 해지게 되어 형식적 지방자치·분권이 될 뿐이다.

1980년대 민주화 항쟁의 성과로 지방자치를 부활시켜 약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지방의 재정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8:2 그대로이고, 지방의 재정자립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현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정과제로 획기적인 재정분권을 천명해 임기 내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을 7:3으로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6:4까지 달성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 실천방안으로 선택하는 것이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방소비세의 과세표준을 부가가치세의 11%에서 2019년 15%로 4%를 인상하고, 추후 2020년에 다시 6%를 더해 21%까지 인상함으로써 지방재원을 확충하는 가시적 재정분권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금년부터 재정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지방자치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꿈에 부풀어 있을 수도 있다.

재정분권의 추진으로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지방세의 비중이 상승함에 따라 지방세 총액과 지방재정 수입 총액은 약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별 지방정부의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중앙-지방 재정관계로 인하여 각 지방에 돌아가는 중앙의 재정이전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정분권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은 크게 지방교부세의 수입과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재원으로 하여 각 지방의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을 비교하여 그 차액에 대하여 매우 복잡한 배분공식에 의해 각 지방에 해당금액을 배분하게 된다. 그런데 지방소비세 인상은 부가가치세의 국세수입을 감소시켜 지방교부세 총액이나 기타 정부의 보조금 재원을 줄어들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상된 지방소비세 수입은 지방교부세 배분에 적용되는 지방의 기준재정수입액을 인상시켜 기존의 지방교부세 수입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렇게 상호 연관된 재원이전 방법으로 각 지방정부가 얻게 되는 재원이전이 늘어나는 곳과 줄어드는 곳이 생기게 되는 것이 예상된다.

정부의 획기적인 재정분권 추진으로 각 지방정부는 재원이 확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각자 얼마나 더 받게 될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중앙-지방 재정관계의 틀 속에서는 각 지방의 재정상황이 반드시 좋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책의 과실은 모두가 누려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이익을 본다면 갈등만 커진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재정분권으로 지방끼리 새로운 갈등이 파생할 지도 모른다. 차라리 인상된 총액의 배분을 정률로 모든 지방에 증액 배분하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차선책으로 지방재정력을 감안하여 모든 지방재정이 플러스가 가능한 범위에서 하후상박으로 배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재정분권 추진은 이이제이가 아닌 모두가 윈윈하는 정책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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