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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발심과 서원

 

 

이 시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으니 생존가치, 자존가치, 공존가치라고 한다.

생존가치는 살아남아서 삶을 유지하는 것이며 생존을 위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진 것이다. 빈곤의 시대를 넘어 삶의 질을 높여 자존(自尊)감을 충족하려는 것이다.

자존가치는 민주주의에 의해서 제도화되고, 법치주의로 구체화된다. 민주주의가 침해당하면 자존감을 침해 당하는 것이고 자본주의가 극대화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면 자존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존(共存)의 가치이다. 세계인류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오늘의 국제사회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협약과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공존가치를 중시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사조와 다르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다. 바로 불교의 승가(僧伽)다.

부처님의 제자들이란 의미의 승가는 어떠한 이념과 가치관을 중시할까?

승가교육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평화주의, 그러한 이념을 가르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승가는 세속의 보편적 가치를 배격하지는 않지만 추종 하지 않으며 승가는 어떤 이념과 가치관을 이루려하는 집단이 아닌, 서원(誓願)으로 그 이념을 표현한다. 즉 서원은 승가의 이념이며, 매일 아침 예불 때 발원하는 행선축원(行禪祝願)과 ‘천수경’만 봐도 그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불교의 발원은 한마디로 ‘중생무변 서원도’로 설명되는데, 이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내용이다.

행선축원은 나옹스님(懶翁:1320~1376)이 만든 발원문과 이산혜연선사가 쓴 발원문을 주로 사용한다.

나옹스님의 발원문은 “시방세계에 빠짐없이 출현하여 일체중생이 열반도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내 이름을 듣는 이는 삼악도를 면하고 내 모습을 보는 이는 해탈을 얻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이렇게 미래의 세월이 다하도록 중생을 교화하여 필경에는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는 평등한 세계가 이루어지기를 발원합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내 모양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보리마음 모두 내어…고통 받던 저 중생들 극락세계 왕생하며 나는 새와 기는 짐승 원수 맺고 빚진 이들 갖은 고통 벗어나서 좋은 복락 누려지다. 모진 질병 돌 적에는 약풀 되어 치료하고 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 되어 구제하되….”

‘천수경’에는 십원육향(十願六向), 여래십대발원, 사홍서원 등의 서원문이 있다.

“나는 일체중생 제도하기를 원합니다(願我速度一切衆) 내가 축생에게 가면 축생들이 저절로 지혜를 얻게 되기를 원합니다(我若向畜生 自得大智慧), 나는 모든 중생을 다 제도하기를 원합니다(願我廣度諸衆生), 중생을 다 제도하겠습니다(衆生無邊誓願度), 자성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自性衆生誓願度).”

‘천수경’의 서원문도 한결같이 중생제도를 서원한다. 서원은 ‘보리심’이며, 보리심에는 지혜심, 자비심, 서원심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서원심이 최상의 보리심이다.

서원의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이 발심이며 발심이 없으면 출가도 수행도 없다. 그래서 서원과 발심이 곧 불교의 알파이고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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