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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어떤 저녁의 풍경

어떤 저녁의 풍경

                         /정하해
 


저녁 술잔에 입술이 묻는다

다들 사람냄새가 난다



입을 묶은

남녀가 스마트폰을 들고, 맞은편 빌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골동품 같은 말을 버린 지 오래인 듯 웃는 것마저

터치로 한다



맹독이다

버려진 말의 무덤

저녁 나뭇잎이 터치를 하는 소리 바람 탓만은 아닐 것이다



무덤 짓지 않으려고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소리를 방출한다



너에게 가려고 손가락을 버렸다



-정하해 시집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스마트폰이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가족과 식사나 대화를 할 때 텔레비전을 볼 때 전철 안이나 횡단보도를 걸어갈 때, 어느 곳 하나 가리지 않고 고개 숙인 우리는 쉼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하여 서로 얼굴 마주 보는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 짧은 문장의 대화가 훨씬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또한 내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대신 표현해주는 이모티콘 하나 날리는 일이란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길들여진 생활 속에서도 못내 아쉽고 그리운 것이 있다.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각종 소식과 흘러넘치는 댓글들 속에서도 문득 느껴지는 외로움, 서로 만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거나, 우리는 우리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다. 포장마차 속에서 말의 무덤을 해체하며 자판을 누르던 손가락을 버려보는 일, 그것이 바로 어떠한 기기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사람들만이 가진 고유한 정서이기 때문이다./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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