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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시치미 떼다

 

 

 

‘포커페이스’란 포커를 칠 때 상대가 내 속내를 알지 못하도록 표정에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승리를 위한 고도의 기술로써 카드게임에서 상대를 교란시키기 위한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는 카드게임을 재밋거리로 봤다. 일선에 나서지는 않으면서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몫을 해내는 연예인이 카드게임에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자신의 실력을 자신하며 시작된 게임이었는데 정말 실력이었는지 운이었는지 몇 사람이 그와의 게임에서 번번이 그에게 승리를 안기고 물러나는 것이었다.

자신의 패가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패만 보며 승부수를 띄우는데 그는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대담한 배팅과 상대가 내 쪽의 패를 보고난 후 어떤 마음으로 배팅을 하는지 표정을 읽어 꿰뚫어 아는 것처럼 보였고 결과는 장담했던 대로 실력을 승리로 입증했다.

그걸 보며 알아낸 것이 있다. 그는 평소 갖고 있는 표정 외에 변화하는 어떤 표정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로 하여금 필요 없는 두려움까지도 생기게 했다. 상대는 자신의 패를 마찬가지로 모르는 대등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 없는 그의 표정에 주눅이 들기 시작하더니 종내에는 승리의 패를 갖고도 지레 겁을 먹고 손을 들거나 패색이 완연한 패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밀어붙이다가 지는 모습을 보였다. 웬만한 간담을 가지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초능력이 아니면 심리학을 깊이 공부하여 행동양식을 추론하여 근접한 결과를 내는 심리학자들이나마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궁금하면 그의 행동에서 미세하게 드러나는 신체 신호를 읽어야 한다.

주의를 기울여 관찰한다 해도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마음속의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는데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다니 대단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려고 해 본적이 없거니와 관찰해야 할 일도 없어 하는 말이나 보여주는 것으로만 판단해 버리는 단순함을 갖고 누구든 나처럼 산다고 방심한다. 유리처럼 보인다는 말에 놀라며 어찌 알게 되었는가하고 물은즉 감정을 표정에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누구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마음을 읽기는 사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목적이 있다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관심을 갖고 작은 주의만 기울여도 어쩌면 알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동안 뉴스시간을 달구며 지역의 문화거리 조성에 관한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이 어찌하여 왜곡되어졌는지 알 수 없다며 자신을 궁지로 모는 다수를 향해 울분이 가득담긴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은 진정 억울했을까.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이 눈치챌 수 없게 시치미를 떼 자신의 미션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성하여 승리를 하는 회차가 있다. 어색한 행동이나 불안한 눈동자를 읽어내어 미션을 받은 사람을 일찍 알아챌 수 있기도 하고 표정을 변함없이 유지하거나 때로는 거짓말로 현혹하여 전체로부터 자신의 미션을 들키지 않고 끝까지 완수해내는 경우도 있다.

가벼운 예능이기에 거짓을 밝히려 가벼운 폭력이나 집중적인 다그침을 사용하여 사실을 알아내기도 한다. 웃음을 위한 장치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여 숨기고자 하는 거짓을 알아낼 수 있는 간단한 행동이 필요악처럼 보인다. 타인을 속이려 하다보면 스스로도 최면에 들어 진정한 속내조차 본성을 잃고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왜곡되어 믿어지기도 한단다.

잘 훈련된 매의 발에 매어 둔 시치미를 떼어내고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는 ‘시치미떼다’란 표현이 있다. 스스로도 속는 자기최면의 경지까지 이르러 그렇게 표정을 가지게 된 것일까. 내가 남의 표정을 못 읽는다 했던가. 그렇더라도 그정도는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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